韓 '이민자 시대' 필연…국민들 '함께 살 결심' 결국 정책하기 나름

      2023.01.20 06:02   수정 : 2023.01.20 10:29기사원문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현장 앞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이웃과 나누며 송년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2.12.1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이슬람성원에 모인 무슬림이 옆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며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 예배를 드리고 있다. 2020.5.2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감을 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1.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인천 남동공단에 위차한 한 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2018.8.2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편집자주]대한민국의 저출생·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지금 이 속도라면 50년 뒤 대한민국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이로 인해 생산연령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노동력은 부족하고 경제 성장도 감소할 전망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민 정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뉴스1은 우리나라는 어떤 이민 정책을 써야 하는지, 또 이민에 따른 예상되는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을 관련 전문가와 현장에서 듣고 4편의 기획물에 담았습니다.

(서울=뉴스1) 박상휘 박혜연 이정후 기자 = 통돼지 40인분이 주택가 한복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졌다. 이슬람사원을 신축하는 공사장 코앞이었다. 공사장 주변에는 삶은 돼지고기 머리 등이 주렁주렁 걸린 채 썩어가고 있어 파리가 들끓었다.

지난달 15일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들이 경북대 유학생들을 위한 이슬람사원 건립에 반대하며 벌인 시위 현장 모습이다.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시하는 이슬람교 문화를 사실상 조롱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음에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거센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주민들은 무슬림들이 내는 소음과 '익숙지 않은' 냄새, 불안감 조성 등으로 인해 생활권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슬람사원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이 시위가 인종차별과 종교 혐오에 입각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뒤늦게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구시, 대구 북구가 참여한 회의에서는 사원 인근 주택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주민과 무슬림 유학생들 간 협약서 작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 외국인 늘어나는데 다문화수용성 낮아…"다문화정책, 지원 방향에 한정돼"

이미 3년 전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 이민자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수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외국인 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219만4780명이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84만명)과 베트남(23만명), 태국(19만명), 미국(15만명) 순으로 많지만 우즈베키스탄이나 러시아, 필리핀, 몽골, 캄보디아, 네팔,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미얀마, 캐나다,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다문화수용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종, 종족 문화적 다양성 확대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데에는 38.1%만 동의했고, '어느 국가든 다양한 인종·종교·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 '외국 이주민이 늘어나면 우리나라 문화는 더욱 풍부해진다'는 데에 대해서는 각각 39.3%, 37.3%만이 동의했다.

김미영 경희대학교 글로벌류큐·오키나와연구소 연구원은 2021년 '다문화콘텐츠연구' 학술지에 제출한 '한국 다문화정책의 방향성 재고(再考)' 논문에서, 정부의 다문화정책이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빈곤국 출신 이주민들에 한정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적용됐다고 지적하며 "소수의 이주민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다수 정주민의 이주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노력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건수 한국이민학회 회장(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은 "남성과 여성의 차이, 서울과 경상도의 문화적 차이, 장애와 비장애 등 우리 사회 내부의 수많은 다양성이 존중을 받게 되면 이주민들의 문화도 그 하나로서 존중받는다"며 "모든 국민이 이민자든 아니든 내 문제로 인식할 수 있는 정책으로 한 단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과 외국인 간 지속적인 소통과 이해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내국인에 대한 다문화교육도 필요하지만 외국인 역시 거주국의 언어와 문화규범에 동화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동관 전 이민정책연구원장은 대구 이슬람사원 논란에 대해 "법적인 테두리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수용할 자세를 갖춰야 하고 그런 교육이 돼야 한다"면서도 "이슬람에 대한 (내국인의) 위화감이 아직 큰데, 한국 정서에 반하지 않는 뭔가를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일자리 뺏어가"…내국인 꺼리는 일자리지만 불황·양극화 속 반감 심화

이민자에 대한 반감 속에는 내국인이 역차별당한다는 피해의식도 존재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고급인력의 정주를 유도하는 이민정책을 폈던 싱가포르에서는 내국인이 일자리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인의 이민을 장려해 인구를 당시 530만명에서 2030년까지 30% 증가한 690만명으로 늘린다는 내용이 담긴 '인구백서'를 발표하자 같은 해 2월 이를 반대하는 싱가포르인 4000여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싱가포르와 달리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이 꺼리는 저임금·저숙련 노동시장에 주로 유입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 그럼에도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가 나타나는 것은 경기 불황과 양극화에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매년 외국인정책위원회가 제한적인 산업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허가할 인력량(쿼터)를 정한다. 채용공고 후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내국인이 지원하지 않았다는 조건이 수반되는 등 내국인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부족하다며 쿼터제 폐지 요구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시흥에서 산업용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신명유압' 채성완 대표는 "쿼터제를 그냥 풀어야 한다"며 "브로커(인력소개소)를 양성하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경기가 나빠져 실업률이 높아지면 전반적으로 일자리 질이 하향하면서 저숙련 노동시장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주로 화살이 돌아가는 경향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이민자혐오 주장이 힘을 얻는 배경이 되고 있다.

연구자 서준우·강우창은 2021년 한국정치학회에 제출한 '이주민 증가에 따른 이민자에 대한 인식 변화' 논문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부동산 불평등 지수와 외국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자치구의 불평등 수준이 높을 때, 서울 시민들은 외국인에 대해서 배타적인 태도를 갖는다"고 밝혔다.

◇사회적 지출 증가? 외국인 건보료 4년 흑자…"충분히 일했다면 복지도 수용해야"

일각에서는 이민이 활성화될수록 지출되는 공적·사회적 비용도 커질 것을 우려한다. 이민자가 한국에 적응하기까지 필요한 교육과 취업 지원비용, 다문화가정에 적용되는 다양한 혜택까지 모두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9년에는 다문화가족이 소득과 자산, 이민·주거 형태, 국내 체류기간 등과 상관 없이 국민주택 특별공급과 공공어린이집 우선 입소, 대학 특례입학, 학자금 융자 등 지원대상이 되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정부는 관련 부처 논의 끝에 다문화가족 지원법 규정을 정교화해 역차별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한편 중소기업계에서 나오는 외국인 근로자 '역차별 논란'은 대부분 최저임금에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음에도 기본적으로 숙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내국인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계속 요구해왔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4대 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규정도 사용자 부담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서구 이민 선진국들은 오랜 기간 이민을 받아들인 결과 정주한 외국인들이 고령화에 진입하면서 증가하기 시작한 사회복지 비용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서구권에서도 비숙련 노동자에 대해서는 단기체류 방식을 주로 채택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민자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통합하기 위해 불가피한 비용은 지출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반드시 '부담'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작년 9월 발표한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직장가입자 대상 건강보험료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내내 흑자를 기록해왔다.

강 전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일하고 세금을 냈다면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복지를 받아가는 건 수용할 만한 일"이라며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 양해각서(MOU)를 맺은 16개 국가에서 오는 (외국인들은) 나이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전 원장은 "(이민으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그 대상을 잘 선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결국 누구를 받아들여야 하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 기획취재팀(박상휘 팀장, 박혜연·이정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