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고물가…설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아요”
2023.01.21 06:00
수정 : 2023.01.21 06:00기사원문
(대전ㆍ충남=뉴스1) 최형욱 기자 = “강추위에 생활비 부담을 생각하면 설 명절이 반갑지가 않아요”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20일 대전역 인근 쪽방촌. 낡고 오래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모씨(66)는 입김으로 차가운 두 손을 데우며 기자를 맞았다. 털모자에 패딩 점퍼를 입은 한씨는 “요즘 날씨가 너무 추운 데다 물가까지 올라 생활이 더욱 팍팍해졌다”며 “설 명절이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인 이모씨(56)도 ”기부나 지원이 줄어 당장 설 명절까지 버틸 연탄도 부족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맞는 설 명절이지만 한파에 물가 상승까지 이중고를 겪는 취약계층에게 즐거운 설 명절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취약계층의 생활필수품 중 하나인 연탄은 유가 상승과 맞물리면서 연말연시부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연탄 은행에 따르면 2021년 말 1장에 1100원 수준이었던 연탄 가격은 지난해 말 1400원으로 약 27%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대전 연탄공장들이 적자 경영으로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수급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연탄은행 관계자는 “대전에 있는 연탄공장들이 상반기를 못 버티고 문을 닫을 예정”이라며 “물량을 조달하러 다른 지역까지 나갈 경우 물류비용까지 고려해 연탄 한 장에 최소 1500원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주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전 동구 대동 달동네의 경우 70~80% 주민이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들은 고물가 여파로 도시락 비용이 오르면서 배급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대전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에 따르면 지난해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4500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000원으로 올랐다. 하루 150인분씩 매월 20회 정도를 제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예년과 비교해 100만원 정도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식사를 제공받는 인원 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설 명절 기간 제공하는 특식도 취약계층이 몰려드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료 급식을 받는다는 조모씨(69)는 “매일 제공되던 고기반찬이 올해는 거의 보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기부금도 감소했다.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진행하는 ‘희망2023캠페인’에 개인 기부자들이 후원한 금액은 지난 17일 기준 73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감소했다.
박세미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팀 대리는 “연말연시 집중모금 캠페인 기간을 정해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개인 기부는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대전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