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도 22%↑"…고물가에 차례상 간소화 움직임

      2023.01.22 08:00   수정 : 2023.01.22 08:00기사원문
기사내용 요약
"가뜩이나 수입 줄었는데, 상차림 물가 올라 난감"

대형마트·전통시장 차례상 비용 전년比 2.1%·4.1%↑

계란·밀가루·나물·축수산류 등 먹거리 가격 올라

"올해는 상차림 조촐하게…내년에는 풍족했으면"

[서울=뉴시스] 지난 12일 한국물가정보가 설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차례상 비용은 각각 전년보다 2.1%, 4.1% 상승한 35만9740원, 25만4500원으로 나타났다. 두 곳 모두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1. 전북 김제에서 평생을 살아온 조모(72)씨는 이번 설 명절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최근 물가가 크게 올라 차례상에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한다. 조씨는 "오랜만에 아이들이 모이는데 음식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달 지출이 걱정"이라며 "돌아가신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이번엔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2. 서울 화곡동에 사는 60대 주부 박모씨도 명절 상차림으로 고민이 깊다. 밀가루부터 계란까지 설 명절에 필수적인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출해야 할 금액이 커진 탓이다. 박씨는 "가뜩이나 남편이 퇴직을 하면서 수입이 크게 줄었는데 상차림 물가까지 크게 올라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장바구니 물가 역시 크게 올라 설 연휴 상차림을 두고 고민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식용유·밀가루 등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한 데다 최근 한파의 영향으로 나물류 가격이 오르면서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이에 명절 상차림을 간소화하거나 아예 상차림을 차리지 않고 가족들끼리 간단하게 식사를 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22일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통한 설 차례상 준비 비용은 각각 지난해보다 2.1%, 4.1% 상승한 35만9740원, 25만4500원으로 나타났다.

두 곳 모두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명절 상차림에 올라가는 차례 음식들의 재료 값이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돈암시장에서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2023.01.09. livertrent@newsis.com

특히 대표적인 설날 음식인 전에 들어가는 밀가루, 식용유, 계란 등의 가격이 크게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 기준으로 밀가루 가격(1㎏)은 지난해 1월(1448원)과 비교해 22.2% 오른 1769원이다. 식용유(900㎖)도 지난해 1월 4900원에서 5200원으로 27.1% 올랐다.

계란(특란 30구) 가격은 6628원으로 평년(5639원)보다 17.5% 상승했고, 육계 1㎏ 가격도 평년(5365원)보다 7.2% 높아진 5755원으로 조사됐다.

명절 상차림에 올라가는 반찬인 시금치와 고사리·도라지 등 나물류와 축수산류 등도 크게 올랐다.

전통시장 기준으로 고사리(400g)는 1만5577원으로 지난해(1만4774원) 대비 5.4% 올랐다. 또 도라지(400g)은 1만4577원에서 6.4% 올라 1만5507원을 기록했다. 시금치(400g)는 지난해(3453원)와 비교해 6.8% 오른 3688원에 팔렸다.

떡국용 소고기 양지(300g)는 지난해 1만4340원이었다가 올해는 6.4% 올라 1만5255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북어포(1마리)는 지난해(3479원) 대비 17% 오른 4071원이었고, 동태전에 쓰이는 동태살(1㎏)도 지난해(9969원)와 비교해 20.3% 오른 1만1994원에 팔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 흐름이 명절 상차림에 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심정으로 상차림을 간소화하고 있다.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2)씨는 "명절 상차림 차리는 것도 사실 부담이 커서 이번에는 가족들끼리 상차림을 간소화하기로 했다"며 "행복해야 할 명절에도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제 모습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80대 전모씨도 "명절에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맛있는 밥을 먹이는 게 제일 행복했다"며 "이번에는 여러가지 힘든 상황에 물가까지 치솟아 어쩔 수 없이 상차림을 조촐하게 차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먹을 것도 충족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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