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출마 가능성에 들썩이는 '전남 정치 1번지'
2023.01.24 08:12
수정 : 2023.01.24 08:12기사원문
(목포=뉴스1) 박진규 기자 =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더불어민주당 복당으로 지역구였던 전남 목포시가 들썩이고 있다.
22대 총선을 1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그의 복당이 총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일면서 내리 3선을 지낸 목포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민주당 복당 신청은 지난해 11월 중앙당 당원 자격심사위원회가 전남도당과 목포지역위원회에 복당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으면서 알려졌다.
이후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박 전 원당의 복당 건에 대해 한 차례 보류 끝에 지난달 19일 "대승적, 대통합 차원에서 수용한다"며 복당을 의결했다.
국정원장 퇴임 이후 활발한 방송활동을 통해 현 정부에 강경 논조를 견지해 온 그가 조용히 복당을 신청하고, 결국 통과되면서 다음 행보는 자연스레 총선 출마로 여겨진다.
또한 총선에 출마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곳이 목포지역구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첫 금배지를 단 이후 다음 총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경기 부천 소사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로 지역구를 옮겨 무소속으로 나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2012년 민주통합당, 2016년 국민의당 소속으로 3연임하며 4선에 안착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에서 분화한 민생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더불어민주당 돌풍을 등에 업은 후보에 패배했다.
비록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여전히 '목포 정치인=박지원'이라는 등식이 자리할 정도로 지역에서 건재하다.
현재 목포를 장악한 김원이 현 의원은 초선으로서 성실한 의정활동과 함께 두루두루 지역 인사들을 만나며 박 전 원장의 빈자리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자신의 지역 보좌관의 직원 성폭행 의혹, 여기에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당원명부 유출 의혹 등이 약점으로 남아있어 박 전 원장의 역공이 수월해 보인다.
그렇다고 그가 목포에서 다시 일어서기에는 정치지형이 녹록지 만은 않다.
목포로 주소를 이전해 '목포 시민'이 된 손혜원 전 의원이 선봉에서 출마를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포 문화재구역 투기 의혹'으로 앙숙 관계에 있는 손 전 의원은 평소에도 "박지원이 출마하면 나도 출마하겠다"며 낙선운동을 벼르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손혜원TV'에서 "그의 복당은 이재명 대표 낙마시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장악하기 위한 꼼수"라는 취지로 거칠게 비난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시 현 시장이었던 김종식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홍률 목포시장 또한 박 전 원장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박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목포시장에 당선됐으나,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 전 원장 소속의 민주평화당에 합류해 목포시장 재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바 있다.
이후 2020년 손 전 의원과 함께 비례대표 정당인 열린민주당에 합류해 최고위원을 지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박 시장은 민주당 경선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당선된 만큼,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고 오히려 손 전 의원과의 친분이 강해 박 전 원장을 지원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목포보다는 자신의 고향 진도가 포함된 해남·완도·진도지역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이 지역은 해군 군수사령관 출신의 윤재갑 의원이 3번째 도전 끝에 지난 21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윤 의원 의중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지역구 군수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평가다.
더구나 평소 명현관 해남군수와 신우철 완도군수가 박 전 원장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점도 박 전 원장의 선택 폭을 넓게 하고 있다.
다만 1942년생으로 고령인 박 전 원장이 직접 출마보다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정치원로로 2선에서 조언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내 일부에서는 이왕 출마하려면 전국구 인지도를 활용해 수도권 험지에 나서 국민의힘과 맞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163석의 의석수를 가지고서도 윤석열 정부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현재 박 전 원장의 존재는 확실히 부각되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몸값을 올리고 있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점이 흥미를 더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