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공기관 신규채용 축소… 청년 '고용한파' 거세다

정부의 이른바 '공공기관 혁신'으로 올해 청년층 '고용한파' 충격이 가중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민간 채용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공공기관 채용이 줄게 되면 올해 청년고용 시장 전반이 얼어 붙는다. 하지만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공공기관 개혁도 미룰 수 없는 숙제다.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등에 따르면 올해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300여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신규채용 목표를 지난해 수준인 약 2만6000명보다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채용 규모는 2017년 2만2659명에서 2018년(3만3984명)을 거쳐 2019년 4만1322명까지 연속 증가했다.

이후 2020년에는 3만736명으로 꺾였는데, 2021년(2만7053명)에 이어 지난해까지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 목표치를 2만6000명+알파(α) 수준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건수는 3·4분기 기준 누적 1만9237명으로 집계돼 4·4분기까지 보면 목표치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만약 올해 신규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면 2020년, 2021년, 2022년에 이어 4년째 신규채용이 축소돼 201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공공기관 정규직 신규채용이 줄어드는 이유는 공공기관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전을 포함한 자산 2조원 이상 39개 공공기관의 올해 부채는 전년 대비 82조2000억원 늘어난 63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 4·4분기까지 누적적자가 3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공사도 미수금이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공기업 부채비율은 2019년 기준 2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문제는 공공기관 신규 채용마저 줄면서 올해 청년실업 문제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고용은 작년 81만6000명을 기록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는 8분의 1인 10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9만명,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만명으로 정부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물경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간기업들은 이미 인력감축에 돌입했다. 금융권에서는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만 40세(1982년생)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으로 분류했다.

롯데면세점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고, 2020년 희망퇴직을 실시했던 전력이 있는 롯데하이마트도 실적부진을 이유로 최근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질 좋은 일자리'인 공공기관 신규채용이 줄어들고 민간기업의 채용 축소까지 이어지면 올해 청년 취업문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정부는 지난해 1만9000명이던 공공기관 청년인턴 채용 규모를 올해 2만1000명으로 늘리고 기존 3·6개월인 인턴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e-mail]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