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연휴에도 김성태 불러 대북송금 추궁.. 美 국무부 "수사 주시"

[파이낸셜뉴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4일에도 검찰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북 관련 독자적인 제재 규정을 갖추고 있는 미 국무부가 김성태 전 회장의 대북송금 혐의 수사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대북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21일부터 이날까지 명절 휴가를 반납하고 김 전 회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4500억원 상당의 배임 및 수백억원가량의 횡령 △200억원 전환사채(CB) 허위 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500만 달러(약 61억7500만원) 대북 송금 의혹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3억여원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 임직원들에게 PC 교체 등 증거인멸 교사 △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중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을 통해 "한국 당국의 수사를 인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현시점에서 추가로 공유할 정보는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김 전 회장의 구체적인 대북 송금 의혹은 2019년 1월과 11월 중국의 한 식당에서 송명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 부실장에게 5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관련 혐의를 적시했다.

앞서 미국은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이후 제정한 일명 '웜비어법'을 통해 북한 정권에 자금을 제공하는 제3국 개인 및 단체·기관을 제재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법무부의 수사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VOA는 이와 관련해 "북한 측 인사에게 현금을 전달한 행위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북한 정권 혹은 북한 정권 대리인 등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미국 정부 독자 대북제재 규정도 어긴 것"이라고 했다.

VOA는 제3국에서 대북제재를 위반한 제3국 국적자에 미국 법을 적용한 전례도 있으며 김 전 회장에 대해 "이론상으로 한국 출신인 김 전 회장도 미국 정부에 제재되고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고 했다.

미국 법원은 2021년 4월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유류를 건넨 싱가포르 국적자 궉기성에 대해 미 금융망이 연결된 은행에서 달러를 주고받은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쌍방울의 중국 지린성 훈춘 공장에서 북한 근로자를 채용했다는 의혹도 있어 이 같은 내용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국 독자 재제 위반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e-mail]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