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로 듣는 월광, 객석 뛰어드는 고양이… 무대는 다시 뜨겁다
2023.01.27 04:00
수정 : 2023.01.27 04:00기사원문
■2막이 살린 세계 초연 '베토벤'
교과서 속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이 연민을 자아내는 고독한 인간으로 되살아났다. 뮤지컬 '베토벤'을 통해서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기념작 '베토벤'은 '악성(樂聖)' 베토벤 사후 발견된 불멸의 편지를 바탕으로 그의 러브스토리를 베토벤 음악들로 구성한 뮤지컬이다.
국내에 유럽 뮤지컬 붐을 일으킨 '엘리자벳' '모차르트!' '레베카'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내놓은 신작으로, 박효신·박은태·카이(이상 베토벤)·조정은·옥주현·윤공주(이상 안토니 브렌타노)가 주연했다.
'베토벤'은 고독한 인간 베토벤의 내면과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갈 때인 1810~1812년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그린다. 이에 1막은 베토벤의 어두운 면모가 부각돼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 베토벤 동생과 안토니 시동생의 사랑이 부각되며 산만한 느낌도 준다.
1막 마지막 '운명교향곡'을 활용한 넘버 '너의 운명'을 기점으로 둘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사업가의 아내 안토니와의 사랑은 작가의 상상력이 덧대졌다. 금기의 사랑은 음악가로서 성공했지만 불우했던 한 예술가의 고독한 삶에 얼마나 단비가 됐는지 절절히 전해진다.
피아노는 베토벤의 내면을 드러내는 주요 소품으로 활용된다. 공중에 매달린 모습은 불안을 자아내며, 베토벤의 부서진 마음과 함께 피아노 역시 조각난 모습을 드러낸다. 베토벤의 음악을 포르테, 안단테 등 여섯 명의 혼령으로 의인화한 안무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베토벤 원곡을 살린 뮤지컬 넘버는 반가우면서도 아쉽다. 베토벤 원곡을 찾아 듣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다. 3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마스크 벗은 '캣츠'의 마법
20여마리의 고양이가 세종문화회관을 들어다놨다 했다. 정확히 말하면 마스크를 벗고 고양이 분장을 한 뮤지컬 배우들이다.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오가는 오리지널 연출이 5년 만에 부활하면서 '캣츠'만의 매력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다.
1981년 초연됐으니 어느덧 40년이 더 된 이 '고전' 뮤지컬은 현란한 무대 전환도 없다. T S 엘리엇의 시(詩)가 원작이어서 딱히 줄거리도 없다. 그저 1년에 1번씩 새로운 수명을 받을 고양이를 선정하기 위한 무도회가 열리고, 다양한 사연의 고양이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연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춤추고 노래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 환상의 고양이 세계에 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1막에서 서서히 예열된 공연은 2막에서 한껏 달아오른다. 마술사 고양이가 펼치는 현란한 마술은 공연장을 마법의 공간으로 바꾸고, 발레·탭댄스·아크로바틱을 구사하는 고양이들의 단체 군무는 '캣츠'만의 매력이 된다. 폭발적 가창력의 조아나 암필(그리자벨라 역)이 열창하는 대표 넘버 '메모리'는 음악의 힘을 증명한다.
한편 '캣츠'는 객석 여기저기서 고양이가 출몰하는 무대 연출로 인해 단 1초도 지각하면 안 된다. 지연 관객의 1차 입장은 공연 17분 후에나 이뤄진다. 3월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