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특별 충당금 쌓아라" 정부 입김 세진다
2023.01.26 18:01
수정 : 2023.01.26 18:01기사원문
금융당국은 시중은행들이 다가올 위험을 충분히 대비하기보다는 주주이익과 현재 최고경영자들의 업적에 따라 충당금 등을 고무줄처럼 쌓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과도한 관치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는 3~5월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를 거쳐 올 상반기 내 시행될 예정이다.
대손충당금은 예상손실에 대비해 은행이 회계기준(IFRS9)에 따라 이익 중 일부를 떼어내 쌓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만약 대손충당금이 은행업감독규정에 명시된 대손충당금보다 적을 경우 대손준비금을 쌓아 이를 보완한다. 현행 은행업 감독규정상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의 최소 합산액은 대출채권의 건전성 분류(정상여신 0.85%, 요주의 7%,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00%)로 산출한 금액의 합으로 규정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규정이 경기상황에 대한 탄력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판단하고 특별 대손준비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손충당금·준비금의 적정성을 평가한 뒤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은행에 추가로 대손준비금을 쌓도록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이 적립을 요구하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할 수 있다. 또 은행업 감독규정에 은행의 예상손실 전망모형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이에 은행들은 매년 독립적인 조직의 검증 등을 통해 적정성을 점검해 그 결과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개선세를 보이는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과 부실채권 비율이 코로나19 지원조치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내은행 총여신은 2017년 1776조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541조1000억원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실채권 비율은 1.19%에서 0.38%까지 떨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저금리 기조, 코로나19 지원조치를 위한 여신지원은 지속해 늘어났음에도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 조치가 이어졌다"면서 "부실채권 비율 등의 지표에 아직 예상부실이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어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민간기업으로서 기존 절차에 따라 충당금과 적립금을 쌓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