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6번 버스 노동자들
2023.01.26 18:18
수정 : 2023.01.27 00:15기사원문
계단 아래 위치한 작은 휴게실은 원래 사람이 지내도록 설계된 곳이 아님이 분명했다.
이 방이 지난 18일 서울 시내 8146번 버스 승객들을 취재하면서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8146번 버스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강남구까지 잇는 노선이다. 강남구 빌딩을 청소하는 미화원, 경비원 등이 출근하면서 많이 이용한다. 이들이 미어터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해 청소 일을 마치고 나면 덕성여대 휴게실처럼 낙후된 공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희주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에만 매일 오전 4~5시에 버스를 타는 사람이 최소 2만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8146번 버스 승객들은 앞당겨진 첫차 시간인 오전 3시50분도 너무 늦다며 더 빨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첫차 시간만 빨라지면 문제가 해결될까.
미화원들은 사무실 2~3개 층을 혼자 오전 7시30분까지 청소해야 한다. 사무직 직원들의 출근 시간은 9시이지만 청소 과정이 눈에 띄지 않도록 마감 시간은 이보다 이르다.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계단 밑 벽장' 같은 휴게실에서 쉰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전국 대학교·아파트 휴게시설 279곳을 실태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 이상은 휴게시설 설치·관리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지만 이들은 눈에 띄지 않기를 요구받는다. 최소한의 시간과 공간만 허용된다. 마치 해리포터를 한식구로 인정하지 않는 친척들이 그에게 멀쩡한 방 대신 벽장을 내어준 것과 같다. 지난해 8월 18일에야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의 필수 구성원인 미화 노동자들에게도 시간과 공간이 허용되길 기대해본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