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호 첫 조직 개편, '중간관리자' 강화.."결재 라인만 추가" 우려도

      2023.01.27 19:23   수정 : 2023.01.27 19:2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이창용 총재 취임 후 처음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규모가 큰 국 안에 부를 만들어서 국장급 이상에 쏠렸던 권한을 부서장으로 위임하는 등 '중간관리자 역할'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수평적 협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취지이나 결재 라인만 추가된 게 아니냐는 내부 지적도 나왔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지속가능성장 관련 조직을 강화한 것도 이번 조직 개편 특징이다.

27일 한국은행은 총 90명 승진의 인사 등 상반기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 총재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부-팀제 실시다. 부서규모와 업무성격을 고려해서 대규모 부서는 국-부-팀 체제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조사국 내 경제분석부, 경제통계국 내 통계기획부·산업통계부, 금융안정국 내 금융안정기획부 등 총 11개 부가 신설된다.

대규모 부서가 아닌 부서들에는 국(실)-팀 체계가 적용된다. 부서장의 과도한 관리 부담을 해소하고 젊고 유능한 관리자가 배출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다.

특히 국-부-팀 체계로 개편되면 총재와 부총재, 국장급 등 고위 관리자에게 쏠렸던 권한이 하부로 위임될 수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부서장 등 중간관리자 역할이 강화돼 의사결정도 빨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수요자 중심의 수평적 문화를 위해 지난해 6월 '한국은행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확정, 이번 상반기에 세부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부-팀 체계로 가면서 시스템이 조금 더 정비되는 느낌"이라며 "일이 많은 부서는 국장 한 명이 업무를 부담하기 버거운 측면이 있었는데 권한을 밑으로 내리는 절차가 함께 이뤄지면서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불균형했던 것을 국 내 부서 신설을 통해 수평적으로 전환하려는 취지는 이해가 간다"라면서도 "오히려 결재 라인이 하나 더 늘어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장 역할이 부장에게 실질적으로 위임되지 않는다면 수평적 문화 조성은 무색해지고, 하급자에게는 결재라인만 하나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부서마다 권한을 다 하부 위임하기는 했는데 얼마나 현실화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조직 개편에서는 CBDC, 지속가능성장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CBDC 사업 추진 및 기술연구 고도화를 위해 금융결제국 내 전자금융부 명칭을 '디지털화폐연구부'로 변경한다. 디지털화폐동향분석반을 디지털화폐분석팀으로, 기술반을 디지털화폐기술 1·2팀으로 확대한다.

지속가능성장 이슈에 대한 중앙은행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관련 조직을 확대, 신설한다. 현재 금융부문 기후리스크 분석에 국한돼 있는 조사연구 범위를 지속가능성장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금융안정국 기후리스크연구반을 지속가능성장연구팀으로 확대하고, 한국은행 자체 기후리스크 대응을 기획협력국에 기후협력대응반을 신설한다.


한국은행은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 성장욕구 충족 등을 위해 전문가 경로 제도 도입, 성과평과제도 개편 등 경영인사 혁신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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