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낳고 안 낳고 덜 낳고… 브레이크가 없다, 저출산

      2023.01.29 17:03   수정 : 2023.01.29 17:03기사원문

저출산·고령화로 올해 월별 출생아 인구가 1만명대로 고착화될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 2만명이 붕괴되고, 인구 자연감소는 1만명을 넘어서 초저출산에 '브레이크가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 출생아 수 급감에 사망자 수는 늘어 인구 자연증감(출생아-사망자)은 37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저출산·고령화 고착화로 2022년 11월 누적 기준 대한민국 인구 자연감소는 10만명을 넘어섰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1월 출생아 수는 1만8982명으로 전년동월대비 847명(4.3%) 감소했다.
2022년 6월(1만8830명)에 이어 또다시 월 출생아 2만명이 붕괴되면서 저출산은 가속되고 있다. 시도별 출생아 수는 전년동월에 비해 대구, 대전 등 4개 시도는 증가, 서울, 부산 등 13개 시도는 감소했다. 출생아는 감소했지만 2022년 11월 사망자 수는 3만107명을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1741명(6.1%) 증가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고 올해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사망자가 늘면서 2022년 인구 자연감소는 10만명을 넘어섰다. 11월 우리나라 인구는 1만1125명 자연감소했다. 인구 자연감소는 2021년 11월 누적기준 마이너스(-) 10만7004명을 기록했다. 월별 인구 자연감소는 2022년 1월 -5088명, 2월 -8535명, 3월 -2만1562명, 4월 -1만5573명, 5월 -8852명, 6월 -6019명, 7월 -5588명, 8월 -8243명, 9월 -7313명, 10월 -9104명, 11월 -1만1125명을 기록했다.

출산 관련 지표인 혼인 건수는 11월 1만7458건으로 전년동월대비 370건(2.2%) 증가했다. 11월 이혼 건수는 8498건으로 전년동월대비 272건(3.1%) 감소했다.

여성의 고학력화가 가속되고 집값이 상승하는 등 현실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혼 기피현상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 2022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중은 50.0%로 2년 전보다 1.2%p 감소했다. 남자가 여자보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11.5%p 더 높은데, 특히 미혼 남녀의 경우 견해 차이가 14.8%p로 더 크게 벌어졌다.

결혼 기피의 원인은 경제, 고용 등이 높게 차지하고 있다. 결혼자금이 부족해서가 28.7%로 가장 크고, 다음은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14.6%),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3.6%) 순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결혼자금이 부족해서가 가장 큰데, 다음으로 남자는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서(16.6%), 여자는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5.0%)가 주된 이유로 드러났다. 또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대상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은 전년 대비 1.0%(1672명) 증가한 17만3631명(2021년 기준)이다. 남성 육아휴직이 늘고 있다지만 아직 여성 비중이 남성의 3배다. 육아휴직의 75.9%는 모(母)이고, 부(父)는 24.1%에 그친다.

높은 집값도 결혼과 출산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택 가격 변동이 혼인율·출산율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함의'에 따르면 공공기관 근로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주택가격이 100% 상승할 때 8년간 출산 인원이 0.1∼0.3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사실상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2배 가량 오른 점을 감안하면 출산율 저하에 일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산된다.

사교육 등 자녀 교육비 부담도 출산율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녀 교육비가 가정 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가구주의 비중은 57.7%로 2년 전보다 6.4%p 감소했다. 하지만 교육비 부담 요인은 학교 납입금 외 교육비가 72.0%로 가장 높았다. 주로 중·고등학교 자녀가 있는 30~50대의 경우는 학교 납입금 외 교육비 부담이 높게 나타났다.

일찍이 출산율 하락을 겪었던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의 출산율 저하의 원인과 해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급성장한 '압축적 근대화'로 가치관도 '압축적 가치 변동'을 경험하면서 인식의 변화는 일본, 유럽과 차이를 보인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과 일본의 저출산 문제를 연구한 사사노 미사에 일본 이바라키대 현대사회학과 교수가 양국을 비교한 '한국과 일본의 저출산 원인은 어떻게 다른가'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일본에서는 1989년 1.57 쇼크(출산율 1.57명)를 계기로 출산율 하락문제가 불거졌지만 30년이 지나서도 출산율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일본 출산율은 2005년 1.26명에서 최근 1.3명대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면서 2006년부터 저출산 예산(2조1000억원)을 투입하며 대응을 강화해왔지만 결과는 완전한 실패로 나타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성의 높은 가사노동, 여성 승진이 어려운 '유리천장 사회',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을 비롯한 낮은 성평등 문제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혼재돼 있다.

사사노 교수는 여성의 급속한 고학력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사회만의 독특한 문제가 포착된다고 했다.

2020년 기준 국내 55~64세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은 18%인데, 25~34세 여성은 77% 정도로 격차는 60%p 가량 벌어져 있다. 반면 같은 나이대를 비교할 경우 남성의 대학 교육 차이가 30%p 정도에 그친다. 현재 딸 세대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렵게 빠르게 고학력자가 됐다.


여성들이 고학력자가 되면서 결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결혼에 대한 가치에서도 한국 여성은 '결혼해야 한다'는 응답이 낮고,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응답도 높아지고 있다.
또 자녀가 어릴 때는 어머니가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도 한국은 일본이나 유럽보다 크게 낮았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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