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건설자재·인건비… 공사비 갈등에 '크레인' 멈췄다

      2023.01.30 18:20   수정 : 2023.01.30 18:20기사원문
전국 곳곳에서 건설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 원가부담 고조로 공사를 중단하는 아파트 건설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주로 약 1~2년 전에 착공한 단지들로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둔촌주공을 시작으로 셧다운 현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물가급등으로 공사를 할수록 손해보는 역마진 구조로 빠져들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치솟는 원가에 조합과 갈등을 빚는 시공사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에 대한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중단 현장 속출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신성빌라주택 재건축(방배센트레빌프리제) 공사가 중단됐다. 2021년 12월 착공한 90가구 규모의 단지로 현재 공사진행률은 약 40%다. 오는 10월 입주를 앞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인상폭에 대한 이견이 도화선이 됐다. 기존 3.3㎡당 공사비는 710만원 선이다. 조합도 공사비 인상에는 공감하지만 얼마나 증액할지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인 동부건설 관계자는 "원자재와 인건비가 오르면서 (내부적으로) 적정 공사비에 대한 재검증 요구가 적지 않다"며 "현재 공사비 인상폭에 대해 (조합과) 협상이 진행 중이다. 빠른 시일 내 협의를 해 일정에 차질 없도록 공사를 재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마포자이힐스테이'도 공사비 협상이 진행 중이다. 공사비 협상이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착공 시기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조합과 공사비에 대한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지방도 마찬가지다. 자금난에 직면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을 맡은 일부 현장이 대표적이다. 강원 평창군의 '평창 스위트엠 엘크루'와 경남 고성군 '고성 스위트엠 엘크루' 등의 공사가 중단됐다.

■건자재·임금 급등…갈등 확산 우려

건설업계에선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물가가 급등하면서 2021년까지 공사비를 책정해 수주한 민간사업장을 중심으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수주 후 착공까지 2~3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수주한 공사들이 주요 대상이다.

대한건설협회의 국내건설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건축 수주 규모는 2020년 126조5850억원, 2021년에도 137조99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원자재와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건설용 중간재지수는 지난해 11월 144.87(2015년 100 기준)까지 치솟았다. 2년 전인 2020년 11월 104.43보다 40%가량 높아진 수치다. 그만큼 건설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건설용 원재료지수 역시 2020년 11월 113.92에서 지난해 11월에는 120.83으로 상승했다. 인건비도 올라 건설노임(일반직종)은 2020년 9월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평균 21만5000원대에서 지난해 9월 24만8000원으로 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물가상승이나 인건비 상승에 따른 적정 공사비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공사비 보전을 위한 인력 감소나 건설자재 부실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현업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최근 급격하게 오른 물가로 공사비 갈등이 잠재된 곳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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