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월 도발 재개하나..건군절·김정일 생일 빅이벤트 줄줄이
2023.02.01 05:00
수정 : 2023.02.01 05:00기사원문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을 비롯해 2월 16일 사망한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등 빅이벤트가 잇따라 있어 이 기간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신형 무기 출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 실험을 감행한 징후가 포착되면서 이 같은 가능성을 높여주는 양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형 정치행사와 한·미 군사훈련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2월에는 미사일 도발을 포함한 다양한 한반도 안보 위협 행위를 실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월 31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월 26일 무인기 도발에 이어 지난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 이틀 연속으로 소형핵무기 탑재가 가능하다고 알려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북측은 초대형방사포 주장) 발사 이후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에 우리 군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례대응 지시에 따라 처음으로 군단급 무인기 송골매 등을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보내 적 지역 정찰 비행과 군사시설을 촬영하고 돌아왔다.
북한은 이후 우리 무인기를 탐지하지 못한 문책성 인사로 남북 분단 역사 7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군 수뇌부를 교체한 지 6개월 만에 또 다시 군 지휘부를 전격 재교체하면서 절치부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주년 맞아 강한 대외 메시지 발신 전망
더구나 한·미 양국이 다음달 미국에서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가정해 이에 대비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 도상훈련(Table Top Exercise)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올해 75주년을 맞는 건군절을 전후해 긴장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북한 선전매체들은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한계를 넘어선 반공화국대결망동' '호전광들의 히스테리적 발작' '대결병에 걸린자들의 말기증상' 등 특유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은 특히 올해 김일성 생일 기준 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이른바 '정주년'을 맞아 과거 통상 주요 기념일마다 열병식과 무력시위 등으로 정세를 긴장시켜 온 만큼 체제 결속을 꾀하기 위해서라도 모종의 강력한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분석된다.
위성 관측에 따르면 2월 8일 건군절 75주년을 기점으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지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상업 위성들은 평양 김일성 광장과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1만명 이상의 병력과 주민, 차량 수백 대가 집결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위성 사진에 열병식 훈련에 동원된 인원들이 '2·8', '75군' 등을 형상화한 모습이 포착돼 건군절 75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으로 보인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월 18일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창리 공사가 비약적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시험대들은 언제라도 발사 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이곳에서 정찰위성 시험품 운반체라고 주장하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을 발사하고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4월 내로 정찰위성 발사를 예고한 만큼 어떠한 형태로든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신형 고체미사일 발사와 국지도발 가능성 배제 못해
건군절에 이어지는 광명성절은 군사 행동 대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경축 행사 등으로 기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김 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강경한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시설 현대화 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군 당국은 광명성절 계기 또는 이후에 동창리에서 대형 고체로켓 발사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이밖에 북한은 남남갈등 조장과 남측 대비태세를 떠보고자 지난 연말 서울 상공에 침투한 것과 같은 무인기 도발이나 전방 지역에서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성동격서식 국지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보고하며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하는 개량형 ICBM 개발을 의미하는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 개발'과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 △핵탄 보유량 기하급수적 증대 등을 올해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북한이 29~30일쯤 함경남도의 마군포 엔진시험장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마군포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했다면, 이는 지난해 12월 15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내 새 엔진 시험대에서 '140tf(톤포스) 추진력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가 공개한 지난 30일자 민간 위성사진 '플래닛 랩스'에는 마군포 엔진시험장 내 수평 시험대 바로 옆 들판이 엔진 연소로 인해 검게 그을린 듯한 모습이 촬영됐다.
지난 29일 오전 10시53분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는 그을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30일 오전 9시3분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그 흔적이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29일 오전부터 30일 오전 사이에 연소 시험이 실시된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시험 정황을 포착한 데이브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마군포 일대는 북한 화학공업의 중심지 중 하나로 로켓용 고체연료도 생산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우주개발(위성) 발사 프로그램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적은 없어 이번 시험을 미사일용으로 본다"면서도 "고체연료 기술은 두 프로그램 모두에서 활용 가능한 만큼 위성발사용 로켓 추진체 개발이 목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北, 대미 대결 국면속 러와의 밀착 강화
북한은 미국이 북·러 무기거래설을 폭로하고 우크라이나에 전차 지원 계획을 밝힌 데 대해 고위급 차원의 잇단 비난 담화를 발표했다. 러시아와의 무기거래가 기정사실화 되는 데 대한 맞대응과 함께 미국과의 대결 국면에서 러시아를 확실한 우군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여정은 1월 27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미국이 러시아를 파멸시키기 위한 대리전쟁을 확대해 패권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흉심에 따른 것"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차 지원 계획을 강력 규탄하면서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 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담화 이틀 뒤인 29일엔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국장도 담화에서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자작 낭설을 계속 퍼뜨린다”며 “정말로 재미없는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1월 25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31대의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20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 그룹에 무기를 전달하는 정황을 포착한 위성사진들을 공개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20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돕고 있는 민간용병회사, ‘바그너그룹’에 북한이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며 위성사진 2장을 공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보여주는 김여정의 담화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에 대한 노골적 지지를 담고 있는데 주목했다.
특히 ‘러시아와 한 참호에 서 있겠다’는 표현은 향후 북한이 노골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과 경제협력 등을 공식화할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여정의 담화가 동북아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 간 신냉전 구도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이번 담화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북한 최고위층의 진영 구도를 부각시킨 국제 정세 인식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미국이 “서방 나라들은 물론 특등 앞잡이들을 반러시아 전선에 동원하려고 한다”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의 담화가 미국이 제기한 북·러 무기거래설이 기정사실화하는 데 대한 경계심이 크게 작용한 반발과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수세에 몰린 대외 위기감을 반영해 러시아를 자기편으로 강하게 끌어당기겠다는 의도가 바탕에 깔린 것으로 해석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