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제대로 된 시설 없는 '관광특구' 해운대

      2023.01.31 15:12   수정 : 2023.01.31 16:59기사원문
지난해 12월 광양시 활길동 월드마린센터에서 열린 남해안(전남·경남·부산)글로벌 해양 관광벨트 구축을 위한 상생협약식에서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박완수 경상남도지사(왼쪽부터)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전남도 제공) 2022.12.28/뉴스1


흉물로 방치돼 있는 해운대구 송정마리나의 모습. 2023.01.30 /뉴스1 강승우 기자


유리창이 깨진 채로 방치돼 있는 부산 해운대구 송정마리나 시설. 2023.01.30 ⓒ 뉴스1 강승우 기자


지난 2019년 4월 해운대구청이 민간사업자가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 설치한 설치물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사업자 측 제공) /뉴스1 DB


[편집자주]‘해양수도’ 부산과 바다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부산시는 이 같은 강점을 살리기 위해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수 십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관련법의 미비와 현실과 맞지 않은 행정으로 ‘해양수도 부산에 바다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뉴스1은 현재 부산의 ‘해양관광’ 실태와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 알아본다.

(부산=뉴스1) 박채오 강승우 기자 = ◇해양관광의 메카 ‘해운대’ 현실은 방치

해운대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는 부산을 대표하는 도심이자 해마다 수 천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해양관광’의 메카로 불린다.

실제 해운대구는 지난 1994년 8월31일 ‘관광특구’로 지정됐으며, 부산시에서도 지난 2007년 해양레저특구로 지정하고 송정, 동백섬, 수영강 일대에 해양레저시설을 유치했다.

하지만 특구내 해양레저시설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해양관광 활성화보다는 사실상 고사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특구 사업에 선정된 시설은 송정 죽도 해양레저거점 시설, 송정 마리나, 동백섬 해양레저 시설, 센텀 마리나 등 총 4곳이다.


송정마리나는 지난 2017년 5월 민자 100억원을 투입해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준공됐다. 하지만 리모델링 공사로 인한 재정난으로 시설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는 건물 외부에 깨진 유리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식당 간판이 내걸려 있으나 모두 폐업해 내부는 빈 상태로 방치돼 있다.

송정 해수욕장을 가운데 두고 반대편에 있는 죽도공원에 위치한 해양레저거점시설 역시 빈 건물만 남아있다.

이곳은 지난 2013년 건물(3층 규모)을 준공한 이후 단 한번도 영업을 하지 못했다. 건물 역시 수년간 방치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유리창이 있어야 할 자리엔 깨진 유리 조각만 흩어져 있고, 콘크리트 벽이 부서져 철근이 드러난 모습도 보였다.

죽도공원 주차장 관계자는 “건물이 지어지고 난 후로 단 한번도 운영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지금은 그저 흉물로 남아 죽도공원을 찾는 이들이 건물을 언제 철거하는지 물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해양레저특구 사업장인 센텀마리나파크 역시 현재 폐업한 상태로 레저시설 건물은 방치돼 있다.

이곳은 지난 2013년 사업비 78억원을 들여 완공해 지난 2015년 무동력 수상레저기구 체험시설로 운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레저시설 전용 주차시설이 건설되지 않아 이용객이 줄어드는 등 경영난에 빠져 결국 소유주가 바뀌고 폐업했다.

현재는 건물 외부 곳곳이 녹이 슬고 오랫동안 방치돼 색이 변색된 구명용품들은 보관함에 버려져 있는 상태다.

사업이 진행된 지 18년이 지난 현재 이들 중 동백섬 해양레저 시설인 더베이101을 제외하고는 폐업한 상태로 시설이 방치돼 있다.

그러나 더베이101 역시 요트와 제트보트 등 해양레저 활동보다는 부대시설(식당)만 성업 중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자연이 선물해 준 바다와 파도만 있지 해양관광은 없다"며 "부산을 살리려면 바다를 잘 키워야 하는데 그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구청장 바뀌니 나 몰라라…관료편의적 행정으로 민간투자 ‘위축’

부산의 대부분 해양관광시설들은 국·시비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형식이다. 특히 마리나 시설이나 유·도선 사업과 같이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관광산업은 민간의 투자로 운영하는 ‘민간투자형’ 시설이 많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사업이 시작될 때 제안했던 지원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말바꾸기식 행정으로 투자자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해운대구는 지난 2018년 5월17일 해운대해수욕장에 부잔교(물 위에 띄워 만든 구조물)를 설치해 바다 위에서 ‘인공풀장’과 ‘풀파티’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을 민간투자자와 협약을 맺고 진행했다.

하지만 해당사업은 진행조차 하지 못한 채 몇 개월만에 무산됐다. 사업자 측은 구청에서 먼저 제안하고 허가까지 해 준 사업이 2018년 지방선거 이후 구청장이 바뀌면서 완전히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전 구청장 시절 적극 지원을 약속했던 구청 담당자들의 태도 역시 돌변했고, 공식적인 공사중지 명령 없이 협약 내용을 지키지 않고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구청 관계자는 "해당 시설물의 경우 실시계획승인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시설물 안전도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공사 진행을 중단케 한 것"이라며 "수차례 사업체에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에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정집행을 실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자 측은 일방적 행정을 주장하며 해운대구청과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전재산을 다 잃고 빚더미에 앉았다. 사업을 다시 할 용기가 없고 상황도 안된다”며 “지자체의 무책임한 행정이 국민의 삶의 의지도 꺾어 놓았다”고 하소연했다.

이 외에도 지난 2010년 부산시와 수영구가 민락동에 1000억원(민간투자)을 투입해 인공섬(웨일크루즈) 해양관광시설을 개장하겠다는 계획도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최도석 부산시의회 의원(국민의힘·서구2)은 지난 27일 열린 제311회 임시회에서 5분발언을 통해 “지구촌에서 해양관광 민간투자가 가장 어려운 곳이 부산”이라며 “소극적인 행정이 계속된다면 부산의 해양관광을 위해 나서는 민간투자자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발목을 잡는 규제나 관료 편의적인 행정은 민간기업의 투자 기피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부산의 해양레저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자연이 선물해 준 바다와 파도만 있지 해양관광은 없다”며 “부산을 살리려면 바다를 잘 키워야 하는데 그저 방치하고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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