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이재명계 끌어안기 나선 李 대표…비명계는 '플랜 B' 구상?

      2023.02.01 05:00   수정 : 2023.02.01 09: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비(非)이재명계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정치적 반감과 우려를 갖고 있는 비명계와의 접촉면을 넓혀 민주당의 분란과 내홍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칼날이 조여 오는 와중에 심리적 동요가 당내에서 확산되는 걸 막고 검찰의 야당 탄압 프레임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이 대표의 의지가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李 대표 비명계 모임 참석 자처…끌어안기 시각

이 대표는 1월 31일 당내 ‘비명계 모임’으로 주목받는 ‘민주당의 길’ 토론회에 참석해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목소리와 다양한 의견, 다양한 취향이 모이는 것이 정당”이라며 “민주적 정당은 당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진지한 토론, 의견 수렴을 통해 효율적이면서 국민 뜻과 국익에 부합하는 것을 찾아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외견상 이 모임에 자신에 대한 사법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옛 정세균계, 이낙연계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는 만큼 다양한 주체가 모여 있는 게 정당의 특성임을 강조하면서 정치적으로 포용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날 모임 참석은 이 대표 본인이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에 '무리'라는 뜻이 있는 것처럼 다양한 의견, 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자리기에 이런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며 “앞으로 이어질 토론에서 민주당이 국민 사랑을 받고 대한민국 국정을 책임지는 정치 조직으로 거듭날 방안이 무엇일지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언뜻 보기에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모인 민주당의 발전적 진화를 위해선 다양성을 포용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총의가 모아진다는 정당적 특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최근의 자신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는 비명계를 끌어안으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가 또 “당내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제 역할이기도 하다”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토론 결과물도 참고할 수 있게 보내 주면 고맙겠다”고 한 것도 이들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당내 스킨십 영역을 넓히겠다는 말로 들린다.

이날 첫 토론회를 가진 '민주당의 길'은 민주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한 원인 등을 규명하고 당에 변화를 가져오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원욱·김종민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상당수 참여한다는 점에서 최근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는 와중에 ‘비명계 결집’ 움직임 아니냐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사법 리스크 추이 봐 가며 내년 총선 대비 플랜 B 관측도

하지만 일부 참석자는 이 같은 비명계 프레임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의 길 토론회는 비명 모임이 아니다. '비전' 모임”이라며 “여기서 미래 전략에 대한 비전, 정치 개혁 비전을 많이 논의하면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민주당 지도부다. 아마 이 대표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응천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의 길은) 비명계 (모임)이 아니다”라며 “(참여자를 보면) 비명 말고 다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의 길에) 정청래 의원이 올 수도 있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민주당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패배 원인을 복기하고 다가오는 내년 총선에서 필승을 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기 위한 모임일 뿐 이 대표를 겨냥한 반이재명계 모임으로 보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내에선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우려의 시선이 거둬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이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사실상 패키지로 묶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와 기소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당 내부에선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간 내년 총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문제 대응에 당이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분리 대응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포스트 이재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전날 다시 한번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동료 의원들에게 “이번에는 정말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하는데 오지 말라.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 대표는 ‘일부 강성 지지층이 이 대표 검찰 출석 동행·미동행 의원을 파악해 좌표 찍기에 나섰다’는 지적에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그래서 안 오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당 지지율 30대% 고착화" 경고등

한편 이날 첫 토론회에선 민주당의 지지율 정체와 내년 총선 대비에 대한 준비 부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발제를 맡은 여론 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의 김봉신 부대표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30% 초반에 고착화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 평가가 50% 이상인 상황에서 제1 야당 지지도가 더 오르지 않는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선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의혹 수준에서도 (당 지지율에) 상당히 강한 하방 압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향후 개혁 방향과 관련해선 당내 민주주의 담보, 86세대의 역할 재조정 등 세대교체, 정치 개혁 강공 드라이브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종합적 진단은 (이대로는) 총선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반사 이익만으로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문제 역시 개선된 게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전 정부의 정책적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돌아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전임 정부를 감싸고도는 게 능사가 아니라, 철저하게 민생에 끼친 영향 등을 정밀 분석해 수권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집중 부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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