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4분기 꺾였어도 '실적 대박'...에쓰오일 스타트
2023.02.01 16:50
수정 : 2023.02.01 16: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탄소 중립 정책으로 글로벌 정유사들이 정제 설비 투자를 크게 줄인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 제품 수요 지속으로 판매 단가가 크게 오른 데다 정유사 대부분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해 4·4분기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로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겠지만, 올해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정유 제품 제재,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 정제마진을 지지할 요소가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 지난해 4·4분기 영업익 줄었지만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이날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2조1409억원) 대비 59.2% 증가한 3조4081억원, 매출(27조4639억원)은 54.6% 늘어난 42조4460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부문별로 보면 정유부문이 2조3465억원, 윤활부문은 1조110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석유화학부문은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PX), 폴리올레핀(PO), 폴리프로필렌(PP) 수요 감소로 영업손실 48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4·4분기만 놓고 보면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가 약세, 재고 관련 손실 등로 영업손실 1575억원을 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약 3조78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4·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적자전환한 영업손실 2685억원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에쓰오일과 마찬가지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등이 적자전환의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대신증권도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2조8250억원으로 내다봤지만 4·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가량 하락한 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 호실적 대표 요인은 '정제마진 강세'
지난해 정유사들의 정유부문 호실적이 예측되는 가장 큰 요인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강세다. 정제마진은 정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가격으로 통상적으로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특히 지난해는 경유 제품 스프레드(제품가-원가)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두바이유 대비 1·4분기 경유 평균 스프레드는 배럴당 21.7달러, 2·4분기 51.6달러, 3·4분기 41.2달러, 4·4분기 41.5달러다. 코로나19 이전 경유 스프레드가 평균 10달러 전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휘발유 스프레드는 15달러, 29.8달러, 9달러, 5.1달러로 4·4분기로 갈수록 마진이 크게 줄어들었다.
전 세계적인 설비 증설 감소와 공장 가동률 유지도 국내 정유사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당 석유 수요는 190만~330만 배럴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설비 신증설은 170만 배럴에 불과했다. 즉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부분 정유 4사는 계속되는 정유 제품 수요로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90%대로 유지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정유 공장 평균 가동률은 92.6%이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5일 EU의 러시아 정유 제품 수입 금지와 향후 중국 리오프닝 등이 겹치면 정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물론 변수가 많겠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요인들이 정제마진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