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대통령" 트럼프의 '2024 대선'은 이미 시작됐다

      2023.02.02 17:57   수정 : 2023.02.02 17:57기사원문
미국의 47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약 2년 남은 가운데 벌써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공화당에서는 가장 빨리 출마를 선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먼저 치고나가며 경쟁자를 견제했으며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선언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미국의 2024년 대선은 11월 5일(현지시간) 실시되며 공화·민주당은 2024년 1~6월 사이 경선을 진행한 뒤 같은 해 7~8월 전당대회를 거쳐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공화당에서는 현재 트럼프와 코리 스테이플턴 몬태나주 전 국무장관이 공식 출마선언을 했고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오는 15일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민주당에서는 아직 출마선언이 나오지 않았다.



■돌아온 "성난 트럼프"…선거운동 본격화

지난해 11월 15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트럼프는 지난 1월 28일 미국 뉴햄프셔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방문했다. 두 지역은 내년 공화당 경선에서 아이오와주에 이어 각각 2~3번째 경선이 치러지는 곳이다.

트럼프는 뉴햄프셔주 살렘의 지역 공화당 연례회동에 참석해 첫번째 대선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잘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고, 내가 지금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들(언론)은 '트럼프는 집회도 못하고 유세도 못한다. 감각을 잃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나는 지금 더 화가 났고,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같은 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로 이동해 예전 주장을 반복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은 미국을 파멸과 파괴의 급행열차에 올려놨다"며 "4년 임기를 보장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다시 꺼내고 불법이민자 및 범죄 문제를 언급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국경과 함께 공정한 선거, 자유로운 선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이날 유세에 대해 참석인원이 적었고 주민들의 호응도 예전보다 못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월 31일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 등록자료를 인용, 트럼프가 대선 출마선언 이후 약 6주 동안 950만달러(약 116억9450만원)의 선거자금을 모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과거 트럼프가 며칠이면 해당 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며 출마선언 이후로 모금 속도가 느려졌다고 지적했다.


■'최대 라이벌' 디샌티스, 트럼프 꺾을까

트럼프는 바이든뿐만 아니라 공화당 경쟁자도 신경 써야 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모닝 컨설트가 지난 1월 27~29일 3459명의 잠재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화당 대선주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48%로 1위였다. 2위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31%)였으며 3위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8%)이었다. 그러나 뉴햄프셔대학이 지난주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뉴햄프셔주 유권자의 42%가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디샌티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30%였다.

트럼프는 지난 1월 28일 유세 직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만약 그(디샌티스)가 출마하더라도 괜찮다"며 "여론조사에서 내가 크게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를 (주지사에) 당선시켰다"며 디샌티스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불충한(disloyal)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주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적하고 디샌티스의 성과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디샌티스는 지난 1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주지사 재선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이긴 것이 아니라, 플로리다주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들은 디샌티스의 출마선언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디샌티스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2억달러의 선거자금을 모금했으며 현재 7000만달러(약 861억7000만원) 이상 남았다.

WSJ는 주단위 선거자금을 연방 선거로 전용할 수 없지만 디샌티스가 출마 전에 해당 금액을 우호적인 정치 기부단체에 위탁하면 결과적으로 선거운동에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눈치 보는 민주당…출마선언 기다려

민주당 진영에서는 일단 바이든의 출마선언을 기다리는 중이다.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9일 기자회견에서 재선 도전에 대해 "가족이 함께 내릴 결정"이라며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사이에 부인과 상의한 뒤 2023년 초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2월 7일 의회 연두교서 연설을 마친 뒤 출마를 선언한다고 예상했다. 미국 CBS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월 25~27일 미국 성인 2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바이든의 업무수행 지지율은 44%로 나타났다. 이는 기밀문서 누출사건이 터지기 전인 지난달 9일과 같은 수치다. 지난달 바이든의 변호인단은 바이든의 사저에서 과거 부통령 재직 당시 기밀문서가 발견되었다며 법무부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4일 에머슨대학이 발표한 2024년 가상 대선 설문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와 바이든이 대선에서 다시 맞붙을 경우 바이든의 지지율은 41%로 트럼프(44%)보다 3%p 낮았다.

만약 바이든이 2024년에 승리한다면 82세의 나이로 취임하여 역대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민주당에서는 그가 고령임을 감안해 다른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을 손에 쥐고, 바이든 정부의 핵심 법안들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바이든을 계속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민주당 내 대선 잠룡으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미쉘 오바마 전 영부인은 지난해 11월에 대선 출마를 부인했으나 다음달 7일부터 새로운 대담 팟캐스트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미 정치매체 더힐은 바이든이 대선에 불출마하면 해리스와 미셸이 유력 후보라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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