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두 거장이 만났다

      2023.02.03 04:00   수정 : 2023.02.03 04:00기사원문
세계적인 수묵 크로키 화가 석창우 화백(68)과 한국 양조업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이종기 오미나라 대표(68)가 뭉쳤다. 각 분야에서 이름 높은 동갑내기 친구가 바라보는 한곳은 가장 한국적인 농산물인 오미자로 만든 '오미 와인'이다. 두 명인이 지난해 12월 '오미나라 석창우 에디션'을 출시했다.



오미 와인은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지난 2011년부터 경북 문경에서 자라는 오미자를 원료로 삼아 유럽 정통 와인 양조기술로 빚는 세계 최초의 오미자 와인이다. 석창우 에디션은 오미나라 와인 제품 3개에 석 화백이 라벨 작업을 통해 내놓은 것으로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 구호기금으로 전달한다.



석 화백은 전기기사로 근무하던 1984년 고압전류 감전 사고로 두 팔과 두 발가락을 잃고 화가로 전향해 동양의 서예와 서양의 크로키를 접목한 '수묵 크로키' 분야를 개척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양 팔이 없는 의수 화가'로 199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까지 개인전만 46회 열었다. 또 2014 소치 동계올림픽과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 퍼포먼스 등을 포함해 각종 공연에도 200여회 참여한 세계적인 예술가다.

이 대표는 서울대 농화학과와 영국 해리엇 와트대학 양조증류학과를 졸업한 국내 유일의 위스키 마스터 블렌더로 윈저, 골든블루, 섬씽스페셜, 패스포트 등을 개발한 국내 유일의 위스키 제조자다. 이 대표는 2008년 경북 문경에서 농업회사법인 제이엘 오미나라를 설립한 후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전통 명주를 생산해오고 있다.


석창우 에디션은 '오미로제 투게더', '오미로제 프리미어', '오미로제 연' 등 3가지다. 오미로제 투게더는 라벨에 사랑하는 남녀가 뒤엉켜 열정적으로 춤을 추는 수묵 크로키가 새겨진 와인이다. 오미로제 프리미어는 라벨에 역동적인 사이클 경주를 하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캐치한 수묵 크로키가 일품이다. 두 와인 모두 오미자로만 만들어졌으며 알코올 도수 12%다. 오미로제 연은 사랑하는 두 남녀가 등을 맞대고 앉아있는 수묵 크로키가 인상적인 스파클링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는 8%다.

석 화백은 각 와인의 라벨에 대해 "오미로제 투게더는 와인을 마시는 내내 일상을 사랑하는 느낌이 들도록 남녀가 포옹하며 춤추는 모습을 그려 넣었다"며 "오미로제 프리미어는 자신의 업무를 열정적으로 끝내고 마시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에서 역동적인 사이클링 모습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오미로제 연에 대해 "스파클링 와인으로 술 자체가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어서 누구나 편안하게 마시기 좋은 술이라는 느낌이 들어 남녀가 등을 기대고 있는 편안한 모습을 떠올려 이를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석 화백은 수십년째 매일 각종 주류를 즐기는 애주가다. 그런 그가 "요즘은 오미 와인에 흠뻑 빠져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일반 와인을 많이 마셨지만 최근에는 오미 와인이 너무 맛있어서 로제와인부터 스파클링 와인, 주정강화 와인까지 다 찾아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다섯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오미(五味)'라는 이름을 쓰는 오미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맛을 낼까.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유럽 와인처럼 똑같은 과정과 방법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오미 와인은은 일단 빛깔이 아릅답고 정말 다양한 향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오미자로 와인을 만들면 로제 와인처럼 연한 붉은색으로 나오는데 처음 빛깔도 좋지만 빈티지가 오래될수록 변해가는 모습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보는 즐거움도 좋지만 향이 특히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미 와인은 다섯가지 맛에 대응하는 각각의 향이 일품"이라며 "과일이 가지는 단맛에 기반한 달콤한 향과 쓴맛이 풍기는 허브향, 매콤한 맛이 내는 스파이시한 향이 빠짐없이 골고루 들어온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마실 때 과실 자체에 기반한 1차 향이 들어오고, 와인이 숙성 과정에서 생기는 2차 향이 이어지는데 그 강도는 서로가 확연히 다르게 들어온다. 그런데 오미 와인은 여러가지 향들이 균일한 강도로 골고루 느껴진다는 것이다.

오미 와인은 일반 와인과 달리 우리나라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것도 특징이다. 이 대표는 "오미 와인은 샐러드 등 야채류와 특히 잘 어울리며 고기나 생선과 궁합도 아주 좋다"며 "기름기나 비릿한 맛도 단번에 잡아내는 좋은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오미 와인의 또 다른 장점은 산도가 기가막히게 좋다는 것이다. 와인의 가장 중요한 골격은 산도인데 오미자에 함유된 천연 산도가 일반 포도의 3~5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미자가 와인으로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고생이 있었다. 오미자가 가진 성분 때문이다. 와인의 가장 큰 골격이라 할 수 있는 신맛은 아주 좋지만 쓴맛과 짠맛 등이 발효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 신맛과 쓴맛, 짠맛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스트가 제대로 활동을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오미자가 와인으로 변하기 까지는 무려 18개월이 걸렸다.
지금은 비법을 통해 6개월 정도로 단축시켰지만 그만큼 와인이 탄생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이게 비용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미 와인을 널리 알리기 위해 최소한의 비용만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명인이 빚어낸 '오미로제 석창우 에디션'은 총 2400병 한정판으로 판매되고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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