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대 핵전력 "핵억제력 강화… 지해공 어디서든 대응 준비"
2023.02.07 05:00
수정 : 2024.01.07 04:33기사원문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반도 핵 위기역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핵 억제능력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자체 핵보유'를 언급한 데 대해 바이든 미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한·미간 핵 억제 능력 공유 등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향후 한·미간 대 북핵 공조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약 20Kg 무게의 '핵 가방'은 미국 대통령이 핵 공격 결정 시 이 명령을 인증하고 핵 공격에 사용할 장비를 담은 검은색 가방으로, 미 대통령 옆에는 항상 이를 든 참모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지난 2021년 1월 19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불참하고 곧바로 퇴임 후 거주지인 플로리다로 떠날 예정이어서 핵 가방 인수·인계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핵 가방의 인수·인계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취임 당일인 다음날 20일엔 2개의 핵 가방이 움직였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플로리다까지 갈 핵 가방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취임식장에 배치됐다.
신구 대통령의 임기 개시·종료 시점인 낮 12시를 기해 핵 가방에 담긴 핵 코드는 자동으로 바뀌었다. 거의 동시간대에 두 개의 핵 가방이 존재했지만, 핵 사용 권한을 통제하는 핵 가방의 정확한 인수·인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임기 종료·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플로리다까지 핵 가방을 들고 따라간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참모는 이를 다시 워싱턴으로 가져왔다. 신임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가 이 핵가방을 인수했음은 물론이다.
美 3대 핵전력, 전 세계 무대로 작전 능력 갖춰
미 전략사령부는 "국가 안보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3대 핵전력은 전 세계에 24시간, 연중무휴 작전을 펼치면서 육상, 해상, 공중 어디서든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핵잠수함(SSBN) △장거리 폭격기(B-52H·B-2A)를 말한다.
미국이 보유한 최대 400발의 ICBM 'LGM-30G 미니트맨-3'는 3대 핵전력 가운데 반응 속도가 가장 빠르다.
미국 본토의 ICBM 지하 격납고 사일로에서 가공할 전력의 미니트맨-3가 발사되면 최대 마하 23의 속도로 30분 남짓이면 북한 상공에 도달한다. 미 국방부는 오는 2029년부터 450개의 발사시설을 현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또 14척의 오하이오급(수중배수량 1만8000t급) 전략핵잠수함(SSBN)을 운용 중이다. 수중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의 특성상 3대 핵전력 가운데 생존확률이 가장 우수하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잠수함은 평균 바다에서 77일을 보내고, 정비를 위해 항구에서 35일을 보낸다. 각 잠수함에는 블루(Blue)와 골드(Gold)로 불리는 2명의 승조원이 번갈아 잠수함을 조종하고 순찰한다"며 2030년 초부터는 컬럼비아급(2만810t급)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군 측은 "발사통제센터와 원격 미사일 발사 시설 사이에 지휘 능력이 상실될 경우 E-6B 항공기에서 즉각 지휘·통제를 한다"면서 "항공기에 탑승한 미사일 전투 승무원은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잉 707을 개조한 E-6B(머큐리)는 유사시 공중에서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를 지휘한다. 이런 임무 때문에 E-4B(나이트 워치)와 함께 '심판의 날 비행기'란 별칭이 있다.
이어 미 국방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46대의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와 20대의 'B-2A 스피릿'으로 폭격기 비행대를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폭격기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대규모 화력을 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무기와 정밀 유도 재래식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B-52는 공중급유 없이 1만4000㎞ 이상을 비행해 전략목표 타격과 근접 공중 지원, 공중 요격, 대공 및 해상 작전 등을 수행할 수 있다.
1996년 9월 바그다드 공습 때는 미국 루이지애나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34시간, 역대 최장 거리인 2만5000㎞를 왕복 비행하는 임무를 수행한 기록이 있다.
미국 핵 태세의 변화, 저위력 핵무기 3원 체계 재편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 핵탄두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 3월 1일 미국 군축협회(AC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에 1만3080기 정도의 핵탄두가 있고 이 가운데 미국에 5550기, 러시아가 6257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9월 연장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 스타트)에 따르면 미국은 ICBM 등 핵 전략자산을 665곳에 전략 핵탄두 1389기를 배치한 것을 비롯해 3750기의 핵탄두를 비축하고 있으며, 퇴역 핵탄두는 1800기 정도다. 이 중 900여 기는 상시 발사 태세를 갖추고 있다.
러시아도 핵 전략자산을 527곳에 전략 핵탄두 1458기를 배치한 상태로 이를 포함해 러시아군의 핵탄두 비축량은 4497기 정도이며, 해체를 기다리고 있는 퇴역 핵탄두도 약 1760기가 있다. 중국, 프랑스, 영국은 지난해 기준 각 350기, 290기, 225기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미국과학자연맹(FAS)은 추산했다.
NPT 체제 밖에서 핵을 보유한 국가는 파키스탄 약 165기, 인도 약 156기, 이스라엘 약 90기 등이다. NPT 탈퇴 선언국으로 분류된 북한은 지난해 1월 기준 40∼50개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물질을 보유해 세계 9위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고 군축협회는 밝혔다.
하지만 국방연구원은 지난달 1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탄두 수량이 80~90기로 추정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핵태세의 변화가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 내에서도 찬·반 논란은 있으나,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 기존 전술핵을 기반으로 한 핵태세를 벗어나 실제 ‘사용 가능’하고 ‘유연한’ 전술핵무기를 적극 활용하는 핵태세로의 재편을 모색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 구체적 수단으로 △B61-12 중력폭탄 △W80-4형 토마호크 핵순항미사일 △그리고 W76-2형 트라이던트-II 잠수함탄도미사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저위력 핵무기 3원 체계'의 개발과 실전 배치다.
'B61-12'는 1968년 실전배치한 B61 전술핵폭탄의 12번째 개발 모드(mode)로 목표물에 맞게 폭발 위력을 최하 0.3kt(1kt=1000T의 폭발력)에서 최대 50kt까지 조절가능한 '스마트 핵폭탄'으로도 불린다.
B61은 ‘0번 모드’부터 ‘11번 모드’도 있는데, 11번 모드는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핵 벙커버스터’다. 1997년부터 실전배치한 ‘B61-11’은 화강암반의 지하 300m에 위치한 소비에트 연방의 핵전쟁 벙커 ‘코스빈스키 카멘’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했다.
‘B61-11’로도 핵공격 대피소로 알려진 평양 지하철 평균 100~150m 지하와 이보다 수십m 더 깊은 지하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전쟁지휘소인 ‘철봉각’도 쉽게 파괴할 수 있다. 북한의 주요지하 시설인 양강도의 ‘화성-14형’ 발사기지, 신포·원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설도 파괴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이보다 정확도가 훨씬 뛰어난 B61-12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비밀 핵시설인 지하 만리장성, 러시아 지하 벙커까지 모두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지난 2017년 봄 미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발간한 인터내셔널 시큐리티 지는 ‘새로운 시대의 무력파쇄공격(The New Era of Counterforce)’이라는 논문을 실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북한 내 다섯 곳의 목표물을 대상으로 트라이던트 II 미사일을 이용해 475kt 위력의 W88 핵탄두(수소폭탄) 10발을 투하했을 경우 남북한에서 200~3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0.3킬로톤의 초저위력 B61 핵폭탄 20발을 투하했을 때 목표지점에서만 100명 미만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군은 그동안 B61-12를 기존 3대 핵전력뿐 아니라 F-35 A/B/C 3종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물론, F-15E, F-16 등에 통합운용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이미 독일을 비롯한 이탈리아·터키·벨기에·네덜란드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5개 회원국의 6개 기지에 B-61 핵폭탄 100개 정도를 배치해뒀다고 군축협회는 전했다.
상호확증 파괴와 북한의 핵전략 목적..무력에 의한 적화통일
상호확증파괴(MAD : Mutual Assured Destruction)는 핵전략의 대표적 개념이자 이론이다. 미소 양극체제 아래서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해져 균형이 이루어질 때부터 전통적인 국제정치학 용어인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비교해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라 칭하기도 했다.
MAD를 상징하는 대표적 전력인 전략 핵잠수함(SSBN)은 선제 핵공격으로도 바닷속에 숨은 원잠까지 모두 파괴할 수는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냉전기의 핵전쟁 방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현재 ‘북핵 억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북한의 핵전략은 자신들의 체제 방어적인 목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2022년 4월 김정은은 남한에 대한 통일전쟁을 추구를 언급했다. 특히 9월 북한은 언제든지 한국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 공표하면서 “영토 완정(完整)” 즉 적화통일이 핵무기 사용의 목적임을 분명히 하면서 한국 공격용 전술 핵무기 대량 생산을 공언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미 본토 공격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진단했다. 다양한 사거리의 핵투발 수단의 고도화와 7차 핵실험을 통한 핵 소형화, 북한 ICBM의 핵탄두 대기권 재진입 및 다탄두 기술의 완성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의 핵우산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북은 지난해 핵 탑재가 가능하면서 미사일 방어망에 의한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극초음속 첨단의 다종의 단거리탄도탄(SRBM)을 제조 및 시험 발사해왔다.
북한의 준중거리탄도탄(IRBM)은 명령하달 후 수분 이내에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기습적인 핵공격이 가능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저고도 핵 공격이 가능한 SRBM(북한 주장 대형 방사포)도 실전 배치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은 이상할 정도로 국가의 사활이 걸린 '북핵 억제 전쟁'에 무관심하다. 최근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찬성여론은 80%에 육박하지만 미국 핵무기의 공유론 등 현실성보다는 당위성에 근거한 논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야, 좌우를 중심으로 국론도 분열되어 있고,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아예 북핵 위협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 일각에선 상당수 국민은 북핵은 물론이고, 북한의 일상화된 도발에 대해 피로감 누적에 따른 경계심 상실상태라고까지 진단했다.
지난 정부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나 외교적 노력을 통한 비핵화라는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빠져 북한의 핵전력 증강을 방관 내지 조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해 우리 군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응징”할 것을 주문했고, 지난 1월 11일 외교부와 국방부 연두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핵무기의 개발이나 미 핵무기의 전진 배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공식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우리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존중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밝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 강화 조치와 핵우산을 신뢰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뜻 있는 역사학자들은 임진왜란과 6·25전쟁을 초래한 역사적 교훈은 '외부의 요인보다는 내부의 국론 분열과 설마 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 태세의 해이'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언제나 전쟁의 발발은 상식과 논리적 합리성에 근거하지 않았다. 핵 공격을 받은 후 생존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대신에 현재의 ‘북핵 억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이며 국가의 지혜와 역량을 집중해 국가 지도자와 안보 당국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단합된 결기와 총력전의 전사가 되어야 북핵 억제라는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