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올랐다, 너무 올랐다... 졸라맬 허리띠도 이젠 없다

      2023.02.06 18:01   수정 : 2023.02.06 18:01기사원문

공공요금 폭탄과 주택대출 이자급증으로 가계에 쓸 돈이 줄어들며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고 있다.

1월 난방비, 전기요금 폭탄에 이어 2월에도 높은 수준의 관리비 청구서가 날아올 것으로 보여 벌써 걱정이 늘고 있다. 또 상반기 교통, 상하수도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가스·난방비 30% 넘게 상승

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공요금이 들썩이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해부터 4차례 인상됐다. 1kWh당 전기요금이 지난해 4·7·10월 19.3원 오른 데 이어 올 1월부터 추가로 13.1원이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 전기요금이 지난해 인상 수준만큼 오르기를 희망해 왔다.

수년전부터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컸지만 문재인 정부가 불허하면서 전기요금은 제자리였다. 한전은 지난해 1·4~3·4분기 21조83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연간으로 30조원 수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전기요금 인상에도 한전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추가인상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가스요금도 급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폭등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1·4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폭등했다. 문 정부 시절인 2021~2022년에도 LNG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요금인상은 억제된 바 있다. 가스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2조2000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3배 가량 늘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31.7%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기료가 1981년 1월(36.6%) 이후 42년 만의 최고치인 29.5% 상승했다. 도시가스는 36.2% 올라 1998년 4월(51.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역난방비 상승률은 작년 10∼12월과 같은 34.0%였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다.

실제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 1월 관리비 명세서 받고 깜짝 놀랐다.

A씨는 "구축 아파트에 살면서 실내온도 20도로 살았는데 관리비가 51만4000원으로 평소의 2배 가량 나왔다"며 "이중 난방비 23만원, 급탕비 6만원이었는데 이는 전달보다 각각 15만원, 1만원씩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버텨야 할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2월 공공요금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계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1월 사용분 전기요금은 4인가구(겨울철 월평균 사용량 304kWh) 기준 5만6550원(한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만1200원(24.7%) 인상될 것으로 전망됐다.


■상반기 공공요금 줄줄이 인상

상반기 대중교통, 택시, 상하수도 등 주요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지난 1일부터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랐다. 기본 거리는 현행 2km에서 1.6km로 400m 줄었고, 지난달부터 심야 할증률은 최대 40% 오른바 있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 요금도 300원 가량씩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하수도 요금도 인상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부터 매달 5~6% 상승하면서 고공행진이다. 통계청 기준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5월(5.4%) 처음으로 5%대로 올라선 이후 6월(6.0%), 7월(6.3%),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2023년 1월(5.2%) 까지 5%대를 웃돌았다.


■영끌족 이자 부담에 '허리 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 등 금리가 2배 가량 상승하면서 영끌족은 소비가 위축됐다. 은행들이 1월부터 주담대 금리를 내렸지만 차주들 이자 부담은 여전하다며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은 최근 주담대 대출금리를 최대 0.3~1.05%p 낮췄다.

주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아직은 주담대 금리가 높은 수준이어서 신규 대출 계약은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존에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주담대 금리는 대부분 아직 변동이 없다.

통상 주담대 변동금리는 전월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가산금리를 더해 6개월마다 한 번씩 바뀐다. 금리가 변동된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차주들은 여전히 고금리 이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시중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기존 차주는 2·4분기께 금리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채 금리 하락 등 은행 자금 조달 비용이 줄고,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규제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고물가·고금리에 가계소비 위축

이처럼 고물가와 대출금리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가계 소비여력은 고물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저하, 이자부담 증가 등으로 약화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물가, 고금리의 영향이 크다.


2022년 10~11월 고물가로 음식·숙박업 소비가 줄면서 대면서비스업 부문 소비는 전기대비 0.3% 줄었다.

재화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평년보다 따뜻했던 날씨 등 일시적 요인으로 의복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1% 감소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대면서비스 부문의 소비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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