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정유공장·원유 수송로 타격… 유가 흐름 예의주시

      2023.02.07 18:22   수정 : 2023.02.07 21:03기사원문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으로 시리아 최대 정유공장이 멈춰서고, 아제르바이잔과 이라크에서 유럽 등지로 가는 원유 수송로인 튀르키예 세이한 터미널도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가 다시 반등하면서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튀르키예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진앙지로부터 1000㎞ 이상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여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최대 100억달러 피해… 유가 불안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6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 강진으로 튀르키예가 입은 경제적 손실이 최대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999년 규모 7.4 강진 발생 당시 튀르키예의 경제성장률은 2.5%가량 하락했다.
USGS는 지진 피해 규모를 최대 100억달러(약 12조5000억원)로 추산했다.

카라만마라슈, 말라티아, 아디야만, 아다나 등지의 공항이 파손됐으며 고속도로, 인접지역의 원유 수송항로도 타격을 입었다. 튀르키예 국영송유관공사(BOTAS)는 세이한 항구의 원유터미널에서 원유 유출이 발견돼 8일까지 작업을 중단한다. 세이한 석유터미널은 아제르바이잔과 이라크에서 생산된 원유와 천연가스가 유럽 등지로 수출되는 핵심 관문 중 하나다. 하루 평균 100만배럴(전 세계 원유거래량의 1%)의 원유가 이곳을 통해 수출된다.

시리아 최대 정유시설인 바니야스 공장의 발전기와 용광로에도 균열이 발생, 피해가 복구될 때까지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72센트(1%) 오른 배럴당 74.11달러, 북해 브렌트유 선물도 1.05달러(1.3%) 상승한 배럴당 80.99달러를 기록했다. WTI 선물은 4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강진에 따른 공급 불안과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유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인명피해 상황도 심각하다. 이미 5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밀어붙인 비정통적인 재정 조치로 인플레이션이 85%에 달하면서 통화 붕괴와 함께 많은 기업과 국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날 튀르키예 리라화는 장중 한때 신저점을 기록했고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일부 종목은 거래도 중단됐다.

■韓기업 "복구지원 검토"

국내 주요 기업과 코트라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진출 한국 기업 중 이번 강진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피해지역으로부터 약 1200㎞ 떨어진 이스탄불 인접지역에 위치해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상황"이라며 "튀르키예 동남부에 이어 중부지역에서도 여진이 감지되고 있어 현지 진출 기업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 협력사가 운영하는 조립 공장 등도 이스탄불에 위치해 있어 피해가 없다"면서 "큰 재난이 발생한 만큼 수시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스탄불에 판매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이스탄불 인근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의 첫 해외 생산기지인 튀르키예 공장(1997년 설립, 유럽 전략차종 i20 생산)은 지진 발생지역과는 1000㎞가량 떨어져 직접적인 지진 피해는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지법인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나 여진이 계속돼 현지 딜러들의 피해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진 피해 복구활동의 일환으로 차량 수리 및 점검, 성금 등 다양한 공헌활동을 검토할 계획이다.


같은 이즈미트 지역에서 연간 20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포스코아산TST도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친인척들이 피해를 입은 현지 직원에 대해선 특별휴가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 LG전자(판매법인), 롯데케미칼(인조 대리석 공장), 효성티앤씨(스판덱스 공장), HL만도(서스펜션 제조공장) 등도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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