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문턱 높이면 수도권 빌라 세입자 66% 가입 못해"

      2023.02.07 18:31   수정 : 2023.02.07 18:31기사원문
앞으로 수도권 빌라(연립·다세대)에 거주하는 세입자 3명중 2명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전세사기 예방대책으로 오는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대상 주택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을 100%에서 90%로 낮추기 때문이다. 집값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보증보험 가입 당시 전세가율이 90%를 넘지 않았더라도 현재는 100%를 넘은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보증대상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조직적인 전세사기는 막을 수 있지만 자칫 세입자가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월세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7일 집토스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도권 빌라 전월세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세 시세가 유지될 경우 빌라 전세거래의 66%가 오는 5월부터 전세보증 가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 전세 거래 3건 중 2건의 전세금이 전세보증 가입요건인 전세가율 90%를 초과해서다. 오는 3월 발표되는 주택 공시가격이 두 자릿수로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공시가격이 지금보다 10% 하락하는 것을 전제로 예측한 결과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예방 대책으로 5월부터 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했다. 매매가의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하자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중개사 등 깡통전세 계약 유도 등에 악용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빌라 전세 거래 중 서울 64%, 경기도 68%, 인천 79%가 전세보증 가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에서는 강서구의 가입 불가 거래 비율이 88%로 가장 높았고, 금천구가 84%, 영등포구가 82%로 뒤를 이었다. 인천에서는 강화군 90%, 계양구 87%, 남동구 83% 순으로 전세보증 가입이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도에서는 10개 이상의 거래 표본이 있는 시군구를 기준으로 광주시와 의정부시 86%, 이천시 84% 순으로 보증 가입요건 불충족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는 전세가율 100%까지 전세보증에 가입이 가능해 수도권 빌라 전세계약중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는 약 27%이다. 이외 73%는 가입요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오는 3월 공시가격이 하락하고 5월에 전세가율 90% 기준이 적용되면 가입이 불가능한 빌라 전세 거래가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 전세금 반환보증 개선안에 따르면 전세가율 산정 시 집값은 공시가격의 140%를 기준으로 계산하게 된다.

국토부는 이번 전세사기 대책으로 전세보증 가입 대상 주택이 축소되는 점을 예상했었다. 다만, 전세가격이 급락하는 임차인 우위시장인 점을 고려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가율 90~100%인 주택에서 대다수 전세사기가 발생해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90% 이하로 결정했다"며 "전세사기 대책에서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5월까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또 기존 보증갱신 대상자에 대해서는 2024년 1월부터 적용 시행하는 유예기간을 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증보험 대상이 되는 주택이 줄어들면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의 순조로운 주거 이동과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 집주인들에게 전세퇴거대출의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특례보금자리론 상환용도(기존 대출 상환) 유형 등을 연장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전세계약 시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면, 전세 수요가 월세로 많이 이동해 기존 전세 세입자의 전세금 미반환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며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할 경우, 임대인이 전세퇴거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 역시 낮아져 기존 세입자의 퇴거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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