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확신범" 아베, 회고록서 '한일 관계 파탄 책임' 주장
2023.02.08 08:03
수정 : 2023.02.08 08: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작년 7월 암살당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생전에 작성한 회고록에서 '한일관계 악화'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인한 양국관계 파탄의 책임을 모두 한국정부에 돌린 것이다.
8일 발매 예정인 480쪽 분량의 '아베 신조 회고록'에서 아베 전 총리는 "한국 대법원의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일'을 정권 부양의 재료로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확신범"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정부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걸 알면서도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고록은 아베 전 총리가 요미우리신문 편집위원 등에게 2020년 10월부터 1년간 18번에 걸쳐 36시간 동안 구술한 내용이 담겼다.
아베는 일본 정부의 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대해 "징용공 배상 판결 이후에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문재인 정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두 문제가 연결된 것처럼 만들어 한국이 징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했다"고 썼다.
문 전 정권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한 것에 대해선 "감정적인 대항 조치였고 미국의 강한 압박을 초래했다"고 했다.
2018년 만난 서훈 당시 국가정보원장과의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아베는 "서 전 원장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이고 6·25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 '김정은은 훌륭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또 "북한이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할 것이고, 일본 원조도 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어디까지가 김정은의 뜻이고 어디부터가 한국의 희망인지 몰랐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또한 재임 기간 친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소회했다. 그는 "북한에 (대화가 아닌)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미국에 요구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호전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사행동에 소극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면모를 북한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와 함께 "이를 숨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때 맺은 위안부 피해자 합의에 대해서는 "한국이 배신해 실패했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도덕적 우위에 서게 됐다"고 했다. 문 전 정권이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국제 여론이 일본 편으로 돌아섰다고 자평한 것이다.
지난 6일 일본 시중에 발매된 '아베 신조 회고록'에는 요미우리신문 특별편집위원과 논설부위원장이 아베 전 총리 퇴임 이후 1개월 뒤인 2020년 10월부터 약 1년간 18차례 만나 36시간 동안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다. 아베 내각 당시 국가안보국장을 지낸 기타무라 시게루가 감수를 맡았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