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2번째 국정연설...경제 및 中 강조...北 언급 없어

      2023.02.08 14:02   수정 : 2023.02.08 14: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임기의 절반 이상을 넘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2번째 신년 국정연설에 나섰다. 그는 자신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과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이겨내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성과를 이뤘다고 자찬했다. 동시에 의회에 부자 증세와 부채 한도 상향을 요구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경고했다.

다만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AP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바이든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국정연설을 진행했다.
1시간 12분 44초였던 이번 연설은 지난해 1차 국정연설(1시간 1분50초)에 비해 길었으며 역대 최장 기록이었던 빌 클린턴의 2000년 연설보다는 약 15분 짧았다.

■팬데믹과 인플레 극복 강조
바이든은 이날 "우리는 2년 전에 코로나19 때문에 기업과 학교 문을 닫아야 했고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겼다"고 운을 뗐다. 이어 "코로나19는 더 이상 우리 삶을 지배하지 못한다"며 "코로나19 사망자가 약 90%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곧 공중보건 비상사태도 끝낼 것이다"며 "1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 정부는 2020년 3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90일 단위로 이를 계속 연장하며 백신 및 치료제 비용을 정부 차원에서 부담했다. 야당의 예산 낭비 지적을 받던 미 정부는 오는 5월에 비상사태를 종료할 계획이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도 언급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과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혼란으로 에너지와 식량 공급이 어려워져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해야 할 것이 많지만 미국에서는 물가가 내려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12월까지 6개월 연속 내려갔다. 바이든은 물가 하락을 강조하고 "지난 2년 동안 1000만명의 미국인이 새로운 소기업 창업에 나섰다"며 경제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년 전 우리의 경제는 휘청였다. 내가 여기 선 오늘 밤, 우리는 12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자랑했다. 바이든은 "역대 모든 대통령이 4년간 창출한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2년 안에 창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IRA 수호, 부자 증세 및 부채 한도 상향 촉구
그는 지난해 민주당과 합심하여 통과시킨 IRA도 언급했다. 해당 법안은 바이든의 핵심 경제 공약으로 3690억달러(약 464조원)를 투입해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동시에 의약품 가격 상한, 대기업 법인세 하한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유럽 등 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공화당 측에서도 예산 낭비라는 비난이 나왔다. 공화당 하원의원 21명은 지난 2일 IRA를 뒤집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바이든은 7일 연설에서 "IRA가 기후 위기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라며 "공공요금을 낮추고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청정에너지의 미래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RA로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부 의원들이 IRA를 폐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수하지 말라"며 "처방 약의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IRA에 포함된 대기업의 15% 최저 법인세 규정을 강조한 뒤 "하지만 할 일이 더 있다"면서 "억만장자에 대한 최소한의 세금에 대한 내 제안을 통과시켜달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억만장자도 학교 교사나 소방관보다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미 연방정부가 부채 한도로 인해 오는 6월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할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의회가 조건 없이 부채 한도를 올려야 한다며 "미국의 완전한 믿음과 신용이 절대 의심받지 않도록 오늘 밤 여기서 약속하자"고 말했다. 바이든은 "200년간 누적된 국가 부채의 거의 25%가 전임 정권에서 발생했다"며 "내 공화당 친구 중 일부는 그들의 경제 계획에 내가 동의하지 않는 한 경제를 인질로 잡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中·러시아 경계, 北 언급 없어
이번 연설에서 바이든은 지난 4일 미 동부 해안에서 격추된 중국의 '정찰 풍선'을 의식하며 중국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미군의 풍선 격추 이후에도 해당 물체가 민간 기업의 기상관측장비였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오늘 우리는 수십 년 내에 중국 혹은 세계 다른 누구와 경쟁에 있어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이익과 세계의 혜택이 우선한다면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그러나 실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난주 분명히 했듯 중국이 우리 주권을 위협하면 우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그렇게 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언급하며 "충돌이 아닌 경쟁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었다"고 주장했다. 임기 중에 중국을 향해 첨단기술 수출 통제에 나섰던 바이든은 미국을 강력하게 키우기 위한 조치에 사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지점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언급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유럽이 겪었던 죽음과 파괴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는 살인적인 공격이었다"면서 "푸틴의 침공은 이 시대, 미국, 세계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합하고 글로벌 연합을 구축했다"고 말한 뒤 국정연설에 초대된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가리켰다.
바이든은 대사에게 "미국은 당신의 나라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단결돼 있다. 필요한 만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은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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