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 그 뒤는

      2023.02.08 18:07   수정 : 2023.02.08 18:07기사원문
"이러다 기자라는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챗GPT를 사용해본 친구의 얘기다. 논문이든, 기사든 주제만 던져주면 '꽤' 훌륭한 글을 만들어낸다며 실제 사례가 담긴 휴대폰 화면을 들이민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회적 관계가 중요한 기자 사회의 특성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해 보지만 가슴 한편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가 연초 국내 한 TV 프로그램에서 "창의력이 필요한 분야도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했던 기억이 겹치자 두려움은 배가 된다.

챗GPT는 미국의 스타트업 오픈AI가 만든 대화형 AI다. 시나 소설을 쓰는 것은 물론 자기소개서와 논문도 대신 작성해준다. '이달 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0.25%p)이 적절했는가' 하는 질문에도 전문가처럼 고급스러운 답변을 내놓는다. 그 수준이 예사롭지가 않다.

하지만 놀라운 기술에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혁신을 다소 더디게 만들지라도) 적절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나 파급효과 등을 감안하면 지금도 이르지 않다. 그들(오픈AI)도 인정하는 것처럼 오용(誤用)되거나 악용(惡用)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논문이나 과제에 대한 대필과 표절, 저작권 침해 등 다양한 부작용이 이미 쏟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한 학교에선 챗GPT가 학습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며 접속을 차단했고, 남미 콜롬비아의 현직 판사가 챗GPT를 참고해 판결문을 써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챗GPT를 걸러내는 도구가 나왔을까.

이보다 앞서 2020년 12월에 나온 챗봇 '이루다'는 신드롬에 가까운 찬사를 받았음에도 각종 논란과 혐오표현 등으로 3주 만에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이런저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AI 사회로 가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이것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등장할 때도 여러 걱정이 많았으나 '소통 강화'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결국은 사람의 몫이다. 챗GPT를 만든 것도 사람이고, 어떤 데이터를 선별해서 쓸 것인지 설정하는 것도 사람이다. 그래서 윤리적 측면에서 책임 있게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기반으로 2004년에 나온 영화 '아이, 로봇'이 떠오른다.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AI를 탑재한 로봇에 관한 얘기다. 영화에서는 사람이 사람의 편리함을 위해 만든 로봇이 오히려 사람을 지배하려 든다(다행스럽게도 다른 로봇이 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로봇은 사람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 영화에 나오는 로봇의 제1 원칙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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