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플랫폼, 황금알 IP로 글로벌 수익화 시동 '상장 노크'
2023.02.08 18:24
수정 : 2023.02.08 18:24기사원문
웹툰이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됐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는 이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TV에서는 웹툰을 기반으로 만든 드라마가 인기다.
국내 웹툰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동남아에서 먼저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다음 일본과 북미, 유럽 등지로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레진코믹스 '부분 유료화' 적중
레진코믹스는 2012년 '레진(Lezhin)'이라는 블로그 필명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며 시작됐다. 파워블로거로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온라인 만화방'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후 2013년 6월 모바일 앱을 출시하고 대형 포털이 주도하던 국내 웹툰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해왔다.
부분 유료화 전략이 적중했다. 웹툰 시장에 콘텐츠 유료화를 추진하는 여러 회사들이 있었는데 레진코믹스는 성인 대상의 부분 유료만화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내세워 빠른 시간 안에 성장을 만들어냈다. 2014년 시리즈A(추정 기업가치 335억5700만원)에 투자한 엔씨소프트는 2년 후 보유지분(58만2000주)의 약 10%를 매각(33억원)함으로써 투자원금의 66%를 회수했다. 엔씨소프트는 2018년 잔여지분 18.7%를 50억원에 처분했다. 2021년 9월에는 나머지 지분을 다우키움그룹 산하의 키다리스튜디오와 주식교환 형태로 정리했다.
2016년 IMM PE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계기로 기업공개(IPO) 추진과 국내외 2차 판권사업 확장을 계획했었다. 2020년 11월 레진엔터테인먼트와 키다리스튜디오는 기업가치 2500억원 수준에서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현재 키다리스튜디오와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일본과 미국, 태국, 대만,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BL(Boys Love)을 포함한 여성향 콘텐츠를 중심으로 '봄툰' △일본·미국에서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레진' △프랑스·독일 등 유럽권에서는 '델리툰'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키다리스큐디오는 웹툰 제작업체 키다리이엔티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한다. 키다리이엔티가 만든 콘텐츠를 장르에 특화된 플랫폼에 배분함으로써 더 많은 수요층을 끌어오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 운영체제는 그대로 존속함에 따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2018~2020년 3년 동안 지속되던 영업손실을 흑자로 돌리는 기회가 됐다.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0억원을 넘었다.
특히 지난해 7월 일본 시장에 선보인 '벨툰(Beltoon)'의 앱 버전은 월 결제금액이 1억원을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레진코믹스의 월평균 거래액 성장률 역시 2020년 2.41%, 2021년 6.39%에서 지난해 0.32%로 감소했지만 거래액 규모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투믹스 '유료 웹툰 플랫폼 1위'
투믹스는 2015년 6월 웹툰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8개월 만에 월간 페이지뷰(PV) 1억건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누적 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단기간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덕분에 2016년 12월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리즈C로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자금을 작가 생태계 개선에 대거 쏟아부었다. 최소 원고료(MG)를 높여 작가들이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2017년에는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작가 100명을 배출했다.
2022년 7월 K-디지털 콘텐츠사업을 벌이는 미국 소재 테라핀스튜디오가 1억6000만달러에 투믹스를 인수했다. 테라핀스튜디오는 글로벌 투자사 NPX캐피탈의 포트폴리오 회사다. 354개 오리지널 콘텐츠(2021년 기준)를 보유한 투믹스의 플랫폼 유통 역량, 테라핀스튜디오의 글로벌 인프라 및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포괄적인 콘텐츠 플랫폼 구축과 함께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투믹스는 후발주자로 등장해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2018년 12월에는 레진코믹스를 제치고 유료 웹툰 플랫폼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월평균 트래픽 규모를 보면 레진코믹스(540만), 탑툰(320만)에 비해 투믹스(3160만)가 월등히 높다.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는 2019년 153억원, -31억원에서 △2020년 207억원, 4억원 △2021년 247억원, 18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월등히 앞선 월평균 트래픽과 달리, 경쟁사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적다.
투믹스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한 테라핀스튜디오는 EY한영을 주관사로 선정, 600억원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후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탑코, 드라마제작사와 업무협약
탑코(탑툰)는 2014년 2월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 1200편 이상의 웹툰과 웹소설을 선보이고 있다. 2021년 7월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 '탑툰플러스'를 론칭해 한 달 만에 2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같은 해 9월 NPX캐피탈과 키움증권에서 24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탑툰은 성인물(19금 콘텐츠)이라는 니치마켓을 주요 타깃으로 성장했다. 19금 콘텐츠는 독자들을 잡아두는 '락인 효과'가 크고 비용 부담이 작아 수익성이 좋다. 투자 매력도가 높은 이유다. 반대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사업영역으로 확장하는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 혁신의숲 관계자는 "관계사 메타크래프트가 운영하는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의 경우 비성인 콘텐츠의 비중이 높다. 이를 기반으로 비성인 웹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사업의 확장성을 높이는 시도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활용성의 극대화를 위해 영상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탑툰은 지난해 초 드라마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 웹툰의 드라마·영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탑툰은 매출과 영업이익도 658억원, 150억원(2021년 기준)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다.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돈다.
탑코는 우회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의 미풍양속 저해 관련 평가요소 때문에 직상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21년 11월 디엠티(현 탑코미디어)를 인수해 밑그림을 그려 놓았고, 올해는 합병 제한 요건 해소를 앞두고 있다.
*해당 보고서 원문은 혁신의 숲 홈페이지(www.innoforest.co.kr/repor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