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세 5조 걷었는데 뭐했냐" 튀르키예 국민 분노 에르도안 향한다
2023.02.09 08:40
수정 : 2023.02.09 11: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강진으로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서 1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튀르키예의 강진 진앙지 가지안테프의 주민들이 수십년간 '지진세'를 걷고도 재난 예방 및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8일 외신은 가지안테프 지역에서 주민들이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분노해 반란을 일으켜 경찰이 출동했다고 보도했다. 가지안테프는 진앙에서 33km 떨어진 곳으로 지금까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이날 가지안테프의 주민들은 재난 발생 후 첫 12시간 동안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며 분노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당시 주민들은 저녁까지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아 지역 경찰들과 함께 폐허가 된 도시를 맨손으로 뒤지며 생존자를 찾았다고 한다.
또 20여년 동안 튀르키예 정부가 재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수조원의 지진세를 걷어왔지만 이번 지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어 세금 사용처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실종된 사촌을 찾고 있는 에부르 피라트(23)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더 흘릴 눈물도 남아있지 않다"라며 분노했고, 무너진 건물 속에 갇힌 형과 조카들을 찾고 있는 셀랄 데니즈(61)씨는 "1999년 이후 정부가 걷어간 우리 세금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북서부 도시 이즈미트에서 발생한 규모 7.4의 지진으로 1만7400명이 사망한 후 재난 예방과 비상 서비스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지진세'를 도입한 바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지금까지 지진세로 약 880억 리라(한화 5조9000억원)의 세금이 걷힌 것으로 추정됐다. 지진세가 어떻게 쓰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가지안테프에서는 각종 상점이 문을 닫았고 폭발 방지를 위해 가스 공급까지 끊기는 등 최악의 생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인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총 사망자 수가 1만20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레제프 타이아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8일 지진 사망자가 9057명, 부상자가 5만2979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리아 보건부는 사망자 수가 12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고 시리아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은 160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미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을 넘길 가능성이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