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영장, 주인 동의 없는 집수색 인권 침해"
2023.02.09 13:38
수정 : 2023.02.09 13:38기사원문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보복 소음 신고가 들어왔다며 A씨의 주거지로 출동해 스피커를 찾으려고 내부를 수색했다. A씨는 이러한 수색이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 측은 "보복 소음의 진원지로 유력하다고 판단해 현장 확인을 위해 A씨의 동의를 받아 수색한 것"이라며 "경찰관 직무직행법 6조 또는 7조에 따른 것이다. A씨를 협박하거나 위협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관직무직행법 6조는 경찰관이 범죄행위가 행해지려고 할 때 예방하기 위해 경고하거나 제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7조는 위해가 임박한 때 다른 사람의 토지·건물 등을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조사한 인권위는 A씨 주거지 수색이 헌법 제12조 1항의 적법절차 원칙을 위배해 헌법 제16조가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평온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경찰관이 영장 없이 A씨의 주거지에 들어가 스피커 설치 여부를 확인한 건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보복 소음으로 인한 위해 수준이나 긴급성이 경찰관직무집행법 6조 또는 7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수색행위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A씨의 명확한 동의가 전제돼야 하나 경찰 측의 진술 이외에는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최근 층간·보복소음, 스토킹 범죄 등 집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확산하고 있어 강제로 현장출입해야 할때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 정한 요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며 "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거주자의 명확한 동의를 받아 진행하되 증명할 절차를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또 경찰청장에게 영장 없는 가택수색 관련 절차를 정비하고 이 사례를 소속 기관에 전파하라고 권고했다. 해당 경찰서장에게는 소속 경찰관 대상으로 수색행위 관련 직무교육을 하라고 주문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