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단일특허" 美 "컨트롤타워 강화" 中 "징벌 배상제 도입"
2023.02.09 18:24
수정 : 2023.02.09 18:24기사원문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7개국이 오는 6월 1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을 출범시킨다. 이는 유럽 내 단일특허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美 컨트롤타워 강화, 中 징벌 배상제
파이낸셜뉴스와 특허청이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공동주최한 제13회 국제지식재산보호컨퍼런스에서 강연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앞으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각국의 주요 전략을 제시했다.
미국 백악관 산하 IPEC를 역임한 대니얼 마티 텐센트 공공관계 및 글로벌 정책 총괄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면 협업과 협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2008년 백악관 산하에 IPEC를 만들어 16개 이상의 여러 기구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대통령 임기가 5년이고 미국은 4년인데 IPEC는 3년마다 전략을 새로 수립하도록 돼있다"며 "이는 다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지식재산권 보호에 있어서는 여야를 떠나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기반의 산업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경제의 41%에 달한다. 직간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 수는 6100만개 규모다. 마티 총괄대표는 "창의성은 정말 힘들게 발현된다. 예를 들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선 1억~2억달러가 들지만 복제에는 1원도 들지 않는다"며 "정부가 이 같은 노력을 적극 보호해야지만 사회구성원들 모두가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특히 지식재산권 보호는 단순히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중보건과 안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마티 총괄대표는 "운동화, 가방, 핸드백뿐 아니라 의약품, 자동차 에어백, 전자제품까지 모든 것들이 위조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들도 지식재산권 보호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가 간 협업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 협조가 없다면 지식재산권 보호는 한계가 있다"며 "과거 국제범죄조직의 미국 밀수 시도를 적발했는데, 관계국의 여러 기관들이 서로 협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과거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중국도 2019년부터 지식재산권 보호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세부적인 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도적 구속력도 강화했다.
법률 개정을 통해 고의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해졌다. 고영의 중국 수도 지식재산서비스협회 당서기 겸 상무부회장은 "2021년 중화인민공화국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발전 전망이 발표됐는데 여기에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새로운 업종에서의 입법 보완, 행정집행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법률과 정책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뿐만 아니라 행정적인 부문에서도 이중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통합특허법원 올 6월 출범
유럽에선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유럽통합특허법원을 출범시킨다. 공식 출범일은 6월 1일이다.
단일특허는 국가 단위로 효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EU 회원국 전체에서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이 골자다. EU 27개국 중 17개국이 우선 참여한다. 기존 유럽특허의 경우 특허를 부여받아도 개별국가 단위로 유효화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소피 에르틀 독일 마이발트 파트너 변리사는 "기존 유럽특허는 비용 등을 비롯한 부담이 컸다. 그런데 단일특허는 한 번에 출원해 많은 국가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행정적 부담 등이 간소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권리자 입장에서는 소송에서 무효판결이 내려진다면 EU 내에서 모든 특허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에르틀 변리사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준비기간이 3월 1일부터 시작된다. 유럽특허에 대해선 이 기간에 '옵트아웃'(사후 거부)을 신청하면 기존대로 개별 국가 법원에서 관할하게 된다. 다만 단일특허를 선택하면 옵트아웃을 선택할 수 없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김영권팀장 김동호 조은효 구자윤 장민권 초종근 김준석 권준호 홍요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