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달러까지 증빙 없이 송금...외환제도 규제 푼다
2023.02.10 10:30
수정 : 2023.02.10 15: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무증빙 해외송금 한도가 연간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2배 늘어난다.
기재부˙금융위˙관세청˙한은˙금감원은 10일 '외환제도 개편방향'을 발표하고 외환 거래 관련 규제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환거래법은 1999년 제정 이후 24년 간 개정 없이, 그간 확대된 경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외환거래의 양적 측면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9년 4973억달러에서 2019년 1조6514억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유학, 여행, 개인이전소득 규모도 같은 기간 72억달러에서 424억달러로 5배 이상, 거주자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80억달러에서 5778억달러로 70배 이상 늘어났다. 질적으로도 새로운 지급·결제수단과 거래방식, 금융업종이 등장했다
심현우 외환제도과장은 "외환거래법은 과거 외화가 부족할 때, 국내의 외화가 해외로 나가는 것을 억제하고 통제하기 위한 제도가 많았다"며 "선진적인 외환제도 개선을 위해 거래 불편을 최소화하고 절차도 간소화했다"고 개편 취지를 밝혔다.
외환제도 개편은 우선 행정부가 1단계로 시행령˙규정 개정을 통해 1차적인 불편을 해소한 후, 2단계에서 입법을 통해 문제가 된 근본적인 구조 개선 작업을 단계적으로 완료할 계획이다.
국민˙기업 편의 늘리고 불편 없앤다
현실화 요구가 많았던 무증빙 해외송금 한도는 기존 5만달러에서 연간 10만달러로 2배 늘어난다. 자본거래의 경우에도 사전신고가 의무였던 111개 유형을 65개로 축소했다. 규제 축소에 따른 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는 일반 국민과 기업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실제 지급˙수령 단계에서는 외환 전산망 내 지급코드를 의무로 입력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보고 체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이 외화를 차입할 때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신고하는 기준은 연간 3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 상향된다. 현지 금융에 대한 별도 규율은 폐지하고, 금전대차˙보증으로 통합해 차입자금의 국내 예치 등 외화자금 운용의 자율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해외직접투자 시의 수시보고 제도도 폐지하고 매년 1회 정기보고로 통합했다. 내용도 대폭 간소화했다.
과태료 부과기준의 경우에도, 경제 규모에 맞춰 현실화하고 제재부담을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과태료 대신 경고로 갈음할 수 있는 신고 기준도 건당 2만달러에서 5만달러로 올라갔다. 과태료가 부과되는 대부분의 사례가 복잡한 규정으로 인한 절차적 위반이었던 만큼, 외화 건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단순 절차적 실수는 제재부담을 대폭 줄일 예정이다.
금융기관˙외국인투자자 자율성 늘린다
기존에는 은행˙비은행을 구분해 외국환업무 수행에 차등 규정을 두고 있었으나, 증권사 대고객 일반환전 허용 등을 통해 외환분야에서 금융기관간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권별 업무칸막이도 2단계 입법 단계에서 폐지해나갈 예정이다.
외환 스왑시장의 문도 넓힌다. 현행 외환법규상 증권금융은 스왑시장에서 외국환중개사와의 거래가 불가했지만,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증권사 유동성 공급경로 확대를 고려해 증권금융의 스왑시장 참여도 허용된다. 달러로 증거금을 마련해야 했던 2020년 ELS 마진콜 사태와 같은 증권사의 외환 유동성 문제도, 이번 개편안을 통해 확보역량을 확충할 예정이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환의 규제도 완화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전용계정을 개설한 관리은행(custodian bank)에서 환전을 거쳐야만 국내자산 투자가 가능했다. 외국인투자자가 기존 투자전용계정을 통해 추가계좌개설 없이도 수수료가 저렴한 은행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동시에 규제 완화에 따른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나 해외투자·환노출 확대 등 예방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외건전성 악화 정도에 따른 ‘협의→권고→명령’ 등 단계적 조치를 도입하는 한편, ‘외환제도발전심의위원회’를 신설해 경제·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기존 전시, 천재지변, 경제급변 등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극단적인 조치만 가능했던 세이프가드 제도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외환거래에 대한 정부 정책 역량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대외건전성 악화 정도에 따른 ‘협의→권고→명령’ 등 단계적 조치를 도입하는 한편, ‘외환제도발전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시장 변화에 따른 개선 방안을 지속 검토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번 개편은 수십년간 이어진 외화제도의 압제적 부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라며 "짧은 시간 내 개선이 완료되지는 않겠지만, 1단계로 정부가 시행령 등 규정을 통해 필요한 업무 영역 개선을 우선 완료하고 이후 입법을 통해 구조적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