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야간열병식 "요란한 연출... 신형 고체연료 ICBM 등장 '장거리 반격능력' 과시"
2023.02.10 06:15
수정 : 2023.02.10 12:14기사원문
북한이 지난 8일 개최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은 △장거리 반격능력 과시 △소위 '백두혈통' 4대 세습을 강조하고, 김정은은 별도의 연설과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아 △'신중히 정세를 관망하는' 편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번 열병식의 특이점은 "신형대륙간탄도 미사일(ICBM)과 전술핵미사일 종대, 장거리순항미사일 종대도 등장시켜 미국에 대한 강력한 반격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짚었다.
손 교수는 열병식에 리설주뿐만 아니라 딸 김주애도 동행한 것도 특이점 이라며 "열병식 사열대인 주석단에서 김정은과 리설주보다 딸 김주애가 더 가운데에 앉은 연출은 이를 통해 김정은이 핵역량 강화를 통해 미래 세대의 안전과 번영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대내적으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김정은 딸 김주애 4대 세습 '후계자론' 재점화 아직은 섣불러
최근 김정은은 여러 차례 공식행사에 그의 딸 김주애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열병식 기념연회 사진 중 일부에서도 김주애가 중심이 돼 군장성들과 사진을 찍었고 북한 매체는 김주애에 대해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호칭하고 김정은의 처 리설주보다도 먼저 언급했다. 이러한 정황에 따라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4대 후계 세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후계자론'이 재점화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시기상조다"라며 "김정은이 해외유학을 하며 나름대로 국제감각을 익혔던 것처럼, 다른 자녀들이 유학 중으로 공식행사 참석이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또 "김주애는 주로 김정은의 '치적'을 강조하는 자리에 동행하고 있다"며 "제대로 지도자로 키우려면 북한 인민들의 생산현장을 시찰하며 후계교육을 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김주애의 경우 얼굴이 공개된 이상 해외 유학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교수는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처럼 강경 발언을 했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고조와 대외관계가 더 악화되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연설을 하지 않고 김정은이 침묵함으로써 신중히 정세를 관망하는 편을 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덕기 해군 사관학교 객원교수도 이번 열병식에 대해 "고체연료 ICBM 발사 차량을 포함해 현재 보유한 ICBM 전력을 모두 동원해 강력한 대미 메시지를 보낸 것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도"라며 "북한이 화성-17형 ICBM 11기를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해 공개한 것은, 이미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언급한 ‘전술핵 운용부대’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KN-23과 초대형 방사포 운용을 의미하며, 이것은 특히 '대남 전술핵 공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도 유사시 미국의 확장억제와 핵우산을 저지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일본 내 미군 기지 등을 통한 보급선 차단, 남한 내 한미연합의 주요시설을 사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단거리(SRBM)·준중거리(MRBM)·중거리(IRBM) 탄도미사일 능력을 더욱 다종화 고도화하면서 이러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요란한 야간 연출 속...지난해 4월보다 축소된 규모로 진행
9일 조선중앙통신은 8일 저녁 야간에 북한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벌인 열병식에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ICBM과 함께 고체연료 ICBM으로 추정되는 신형무기가 등장한 사진을 공개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열병식은 8일 저녁 8시30분경 시작된 식전행사를 포함해 모두 2시간 남짓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TV는 "이번 열병식에는 명예기병종대를 선두로 항일의 7연대상징종대와 75년 전 2월 8일 그날의 군복 차림을 한 첫 세대 조선인민군상징종대를 포함한 우리 무장력의 기본전투부대에서 온 46개의 도보종대와 14개의 기계화종대 총 60개의 열병종대가 참가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불꽃놀이와 축포 등 연출을 가미한 식전 행사는 요란했지만 지난해 4월 열병식의 역대급 72개 종대, 2만여 명이 참여 비해 다소 축소된 규모다.
이번 열병식에선 '화성-17형' ICBM 및 TEL도 10기 이상 관측됐다. 특히 이 가운데 국방색 얼룩무늬 도장을 한 원통형 신형 발사관(캐니스터)을 탑재한 채 한 측면에 9개씩 모두 18개 바퀴를 달고 나온 '9축 18형'이 총 4기 관측됐으며 각각 571~574의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4월 김일성 주석의 105번째 생일(태양절) 열병식에선 공개된 TEL은 한 측면에 8개씩 모두 16개 바퀴를 달고 나온 '8축 16형'을 선보인 바 있다.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등장시킨 것이 고체연료 기반 신형 ICBM이라면 신속한 연료 탑재가 가능하고, 액체연료와 달리 연료 탑재 후에도 장기간 보관하는 게 가능해 발사 징후 등을 사전에 포착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북한이 개발해온 '화성' 계열 ICBM엔 액체연료 엔진이 적용돼 있어 연료 주입 등 발사 준비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려 한미의 감시·정찰자산이 북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단서가 됐다.
북한은 그동안 고체연료 엔진 ICBM 개발을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하나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열병식엔 이외에도 일부 형상이 변경이 된 신형 전차와 152㎜ 자주포, 240㎜ 방사포, 유도 방사포, 4연장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급 단거리지대지미사일, 5연장 순항미사일, 차륜형 발사대에 실린 2연장 '이스칸데르'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도 포착됐다.
전술미사일과 장거리순항미사일 등을 핵심 무기체계로 운용한다고 알려진 '전술핵운용부대'와 '제191지휘정보여단' 등의 신설 부대도 공개됐다.
특히 소형화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핵전력으로 분류되는 '초대형 방사포'(KN-25)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등 전략전술 탄도미사일이 대거 등장했다
■북한 신형 고체형 ICBM 개발 중국 지원... 실물 모형일 가능성 분석 중
북한은 지난해 12월 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ICBM급 추력(140톤포스·tf)의 신형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29~30일쯤에도 함경남도 함주군 소재 마군포 로켓엔진시험장 수평시험대에서 엔진 연소시험을 진행한 정황이 상업용 인공위성사진에 포착됐다.
군사전문가들은 신형 고체연료기반 ICBM에 대해선 불과 2개월 이내 개발을 완료, 열병식에 등장한 정황에 비추어 실물 모형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화성-17형이 다수 등장한 정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작전 배치에 필요한 최소 규모의 ICBM을 확보했을 가능성과 중국의 지원이 있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전날 건군절 기념연회에선 인민군 장성을 대상으로 연설했지만, 이날 열병식에선 병력과 각종 군 장비를 사열하면서 연설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열대인 주석단에는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 전 주석을 연상케 하는 검은 중절모와 코트 차림으로 처 리설주, 딸 김주애를 대동한 채 등장했다.
통신도 이날 열병식에 김덕훈 내각총리, 리병철·리영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강순남 국방상, 박수일 인민군 총참모장,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이 등단했다며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조직비서, 리일환·김재룡·전현철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은 리설주 여사와 '존경하는 자제분(김주애)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열병식에 대해 "전술미싸일 종대와 장거리순항미싸일 종대들이 광장으로 진입하였다"며 "강위력한 전쟁억제력, 반격능력을 과시하며 굽이쳐가는 전술핵운용부대 종대들의 진군은 무비의 기세로 충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끝없는 자부와 긍지에 넘친 관중들의 환호와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열병광장에 공화국 국방력의 변혁적인 발전상과 우리 국가의 최대의 핵공격능력을 과시하며 대륙간탄도미싸일종대들이 등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은 또 "우리의 정규무력은 제국주의 폭제를 완벽하게 제압분쇄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비축한 최강의 실체"라며 핵무기를 지칭해 절대적 무기라고 과시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오직 수령의 명령만을 받들어 언제든 자기의 전략적 사명에 충직할 림전태세로 충만되여 있는 전략미싸일 부대 전투원들의 도도한 기상이 광장으로 대하를 이뤘다"고도 했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조선인민군 창건 75돌을 경축하는 성대한 열병식이 8일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거행됐다"며 현장 사진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와관련 한국과 미국·일본의 외교차관들은 오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역내와 세계에서 3국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제12차 외교차관 협의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 측에서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참석하며 미국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일본은 모리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이 참석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6월 서울과 같은 해 10월 말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데 이어 석달여만에 개최되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번 협의회에서 조 차관은 셔먼 부장관, 모리 사무차관과 북한·북핵 문제, 인도태평양 지역 및 국제사회 현안 관련 3국간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차관은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이후 미국, 일본 측과도 양자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