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병 물려가며 키운 새끼 곰이…60대 노부부의 비극

      2023.02.11 07:01   수정 : 2023.02.11 17:00기사원문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한 농장 인근에 반달곰으로 추정되는 곰이 나타나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다. 2021.5.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19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한 농장에서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과 소방대원들이 반달곰으로 추정되는 곰을 트럭에 옮기고 있다. 2021.5.1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지난해 울산 울주군의 한 농장에서 사육 중인 반달가슴곰이 60대 주인 부부를 공격해 숨지게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숨진 부부의 사연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7월. A씨는 생후 3개월 된 새끼 곰 세 마리를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데려왔다.
한 모임에서 만난 지인의 부탁을 받고서다.

평소 동물을 좋아했던 A씨는 젖병을 직접 물려가며 반려견을 키우듯 새끼 곰들을 돌봤다. '삼손이' 형제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곰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격성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자라던 새끼 곰들은 몸집이 커지면서 A씨의 농장으로 옮겨졌다. A씨는 울주군에서 약 10만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며 닭과 염소, 돼지 등을 키우고 있었다.

농장 방목장 주변으로는 1m 높이의 전기 목책이 둘러져 있었고, 삼손이 형제는 농장 안에서 다른 동물들과 잘 어울려 지냈다. 그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듯 했다.

2021년 5월 19일 평화롭던 공휴일 오전. 삼손이 형제 중 한 마리가 전기 목책을 넘어 탈출하면서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다.

탈출한 곰은 농장 인근을 어슬렁거렸다. 그러나 위협적인 행동 없이 온순한 모습이었다. 사람 곁에 다가와 냄새를 맡는가 하면 사람들이 던져준 바나나를 받아 먹기도 했다.

곰은 탈출극을 시작한 지 5시간 여 만에 마취총을 맞고 농장으로 돌아갔지만 곰들을 '미등록 사육시설'에서 사육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A씨는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환경부로부터 사육시설 등록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을 사육한 혐의다.

A씨는 "웅담 생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인공증식의 목적도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반달가슴곰은 적정한 사육시설을 갖춰 환경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며 인공증식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판결 이후 A씨는 3년 가까이 풀어 키운 곰들을 우리 안에 가둬야 했다. 현행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곰은 몰수 대상이지만, 몰수를 하더라도 곰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당국 관계자는 "사유 재산인 곰을 마음대로 사살할 수가 없고, 곰을 몰수하더라도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앞서 환경부는 2026년부터 곰 사육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고 2024년까지 유기·야생동물 및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현재까지 보호시설이 없는 탓에 불법을 알고도 벌금형만 선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 기관의 관리와 법제의 허점 때문에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A씨는 당초 곰들을 데려온 지인에게 다시 곰들을 돌려보내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후에도 곰들은 공격적인 모습 없이 우리 안에서 잘 생활했다고 한다. 하지만 A씨의 곰 사랑은 4년여 만에 안타까운 비극으로 끝났다.

2022년 12월 8일 밤. 삼손이 형제들은 먹이를 챙겨주려고 우리에 온 A씨를 습격했고, 뒤이어 온 부인도 공격했다.
발견 당시 부부는 모두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엽사를 동원해 곰 3마리를 모두 사살했다.


사고 이후 A씨의 가족은 부모님은 평생 동물을 사랑하셨고, 곰을 키우면서 웅담이나 쓸개즙을 채취하려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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