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바다'엔 실직자가 넘쳐났다… 실리콘밸리의 오늘
2023.02.10 05:00
수정 : 2023.02.12 17:55기사원문
■ IT업계 감원 규모 최대 23만명 전망
지난 2021년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매출 합계는 55% 증가한 1조4000억달러(약 1768조원)에 달했다. 국가 경제 순위와 비교할 경우 호주를 제치고 세계 13위 경제대국에 버금가는 규모다.
몸집도 커져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페이스북은 3만명,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6만8000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기 위해 금리를 여덟 차례 인상하면서 '제로'에서 4.5~4.75%까지 오르자 IT기업들도 자금 차입 부담이 커지고 순익과 주가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정부의 코로나19 부양책으로 받은 현금이 점차 바닥나면서 전자제품 구매를 줄이기 시작해 IT기업들이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IT업계에 감원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플랫폼스와 구글은 각각 직원 1만1000명과 1만6000명을 줄였다. 지난 2년간 5만8000명을 채용했던 MS도 지난달 1만1000명 감원을 발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에 대한 복지 혜택을 줄이기 위해 메타플랫폼스는 직원 무료 세탁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구글은 안마 치료사 30명을 내보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다른 빅테크 기업에 비해 신규 채용 규모가 작았던 애플은 감원을 발표하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IT산업 고용분석업체 레이오프스.fyi(layoffs.fyi)에 따르면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2022년 이후 19만명이 감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업체에 따르면 올해에만 297개 IT기업에서 약 9만5000명이 감원됐으며 이 같은 속도라면 올해 이 분야 종사자 약 23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지난 8일(현지시간)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 빅테크의 새로운 키워드는 '효율성'
구글은 연 매출이 약 150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인 검색 엔진과 온라인 광고에 집착하면서 신제품과 서비스 출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는 챗GPT와 인공지능(AI)툴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알파벳은 자율주행차 사업 웨이모와 생명과학 연구개발(R&D) 계열사인 칼리코가 합쳐서 매출 10억달러(약 1조2600억원), 손실 60억달러(약 7조5700억원)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서점 사업을 축소하고 있으며 애플의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는 제작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메타는 가상현실(VR) 사업부인 리얼리트랩스가 지난해 올린 매출 22억달러(약 2조7700억원)는 메타 전체의 2%에도 못미치며 137억달러(약 17조2700억원) 손실을 입혔다.
지난 1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4분기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어닝콜에서 '효율적' 또는 '효율성'이라는 단어를 40회 이상 사용했다. 메타의 매출이 3분기 연속 하락했는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이 같은 저커버그의 발언에 호응을 해 메타 주가가 이날 20% 상승한 것에서 얼마나 이것이 중요한 문제인지를 보여줬다.
AI는 자금 사정이 좋고 구축해놓은 플랫폼,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들에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지난달 MS는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2조61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뉴욕 월가는 알파벳과 메타, MS 같은 거대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 기업의 효율성이 실제로 좋아질지 큰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챗GPT의 갑작스러운 성공은 검색과 소셜미디어, 스마트폰에 이어 오랜만에 빅테크의 새로운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빅테크 기업들에 성장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실제로 진정한 신제품을 내놓을지 아니면 기존의 사업에 고집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