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평일 휴업'이 상생?… 되레 노동자 갈등만 초래

      2023.02.12 20:06   수정 : 2023.02.12 20:06기사원문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 10년을 넘기며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 상생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일부 규제가 후퇴하면서 또다른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유통산업발전이 오프라인 규제에 한정돼 오히려 온라인 시대에 이커머스 시장만 살렸다는 의견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숙제다.

이에 3회에 걸쳐 '변화하는 유통환경, 도전받는 유통산업발전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유통산업발전법이 '노동자의 휴식권'이란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 마트가 전국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고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위한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휴무일을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로 변경했다. 이에 대구지역 대형마트는 13일 첫 평일 휴무일 시행에 따라 12일 정상 영업을 실시했다. 이같은 변화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이다.

■의무휴업일 주말서 평일 전환 새국면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대구시 외에도 경기도와 대전, 광주 등지에서도 검토중이다. 현재 전국 243개 지자체 중 51곳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상태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균열은 정부의 규제 완화와 맥을 같이 한다. 앞서 정부는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할인행사 비용 부담도 덜어줬다.

문제는 갑작스런 변화에 유통산업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 노조는 대구시 의무휴업 평일 변경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유통업계 노동자는 "현재 백화점 노동자들은 주말 연장 영업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월 1회 휴점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쉬는 날에도 매장에서 연락이 올까봐 불안해한다"며 "대형마트 노동자의 의견은 청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오히려 모든 유통업에 주말 휴업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세된 온라인시장 규제는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산업발전에 또다른 문제는 규제가 여전히 오프라인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당시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의 경쟁구도였지만 지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오프라인 소매업 모두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형마트만 규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의무휴업일이 일부 지역에서 평일로 전환됐지만 대형마트는 여전히 영업시간과 일수에 대한 규제를 받고 있다. 또한 전통시장 및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전통시장 1㎞ 이내 지역에는 대형마트와 3000㎡ 이상의 기업형 슈퍼마켓은 신규 점포를 내지 못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규제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상생으로 이어졌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기간에 퀵커머스(즉시배송) 업체들만 크게 증가했다. 독일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2020년 35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퀵커머스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 규모 배달앱 운영업체, 배송전문업체 등도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마트협회 한 관계자는 "지금도 사실상 마진을 줄여가면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온라인·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들이 경쟁을 시작하면 더이상 대항이 힘들 것 같다"면서 "오프라인에 있는 작은 마트나 자영업자들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연승 전 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은 "5060세대도 온라인 쇼핑을 할 정도로 온라인이 유통산업의 중심이 됐다"며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매출이 다소 회복되겠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인 만큼 바뀐 유통환경에 맞도록 규제 정책을 전면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마트 의무 휴업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오세희 소상공인엽합회 회장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과 근로자의 건강권, 대규모 점포와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한다"며 "골목상권과 동네수퍼마켓, 전통시장 소상공인은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이자 울타리였다"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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