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때 사준 내복을 12살 죽는 날에도 입고 있었다"며 흐느낀 친엄마
2023.02.13 07:27
수정 : 2023.02.13 07: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새엄마와 친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숨진 12살 A군이 친엄마가 사준 내복을 입고 세상과 작별 인사를 했다.
11일 인천 한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A군의 빈소 입구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보낸 조화가 놓였다. 조화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하늘에서는 행복하길'이라는 추모글이 적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생인 A군은 새엄마 B씨(43)와 친부 C씨(40)의 상습적인 폭행으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채 숨을 거뒀다.
당시 A군의 몸무게는 또래 남학생들보다 15㎏ 덜 나가는 30㎏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치골이 튀어나올 정도로 바짝 말라 있었고, 몸 군데군데에 찍히고 긁힌 자국도 시퍼런 멍과 함께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친엄마 D씨는 "제가 같이 살던 7살 때 사준 내복을 12살 죽는 날에도 입고 있었다"라며 "어릴 때는 잘 먹어 통통했는데 부검 후 보니 엉덩뼈가 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말라 있었다"고 흐느꼈다.
이어 D씨는 전 남편인 C씨가 구속된 경찰서 유치장에 찾아가 면회하면서 "아이를 저렇게 만들 거면 내가 그렇게 보내달라고 했을 때 보내지 왜 안 보냈느냐"고 따졌지만 "자기는 '몰랐다'고 변명만 늘어놓았다"라며 푸념했다.
A군의 장례식장엔 A군의 친가 쪽 사람들이 한 명도 조문하러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모인 D씨는 "어제 옛 시댁 식구들에게 전화했더니 '애는 이미 죽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관은 장례식장 직원들 손에 들려 운구차에 실렸고, 화장될 인천 부평승화원으로 옮겨졌다. A군은 한 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앞서 계모 B씨는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인 A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부 C씨도 평소 상습적으로 아들을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B씨와 C씨는 경찰 조사에서 A군 온몸에 든 멍은 '자해흔'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면서도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은 몰랐다"라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지만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최근까지 학교에 계속 결석해 교육 당국의 집중 관리 대상이었으나 B씨 부부는 "필리핀 유학을 준비 중이어서 집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라며 학교 측의 각종 안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B씨와 C씨는 지난 11일 각각 아동학대치사와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으며, 경찰은 B씨 부부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해 학대 수법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