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포 1000발에도 멀쩡...美, 정찰풍선 격추에 6억 넘는 미사일 쏜 이유
2023.02.14 07:44
수정 : 2023.02.15 13: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네차례 '중국 풍선'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격추하는데 쓴 비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격추에 사용한 AIM-9X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1기당 가격이 약 47만2000달러(약 6억 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8일 동안 24억 원어치의 미사일을 발사한 셈이다. 반면 정찰풍선 가격은 지름 130㎝짜리를 기준으로 채 400달러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인근 바다에서 미국을 가로질러 비행한 중국 스파이 풍선을 격추를 시작으로, 10일에는 알래스카주를 가로지른 뒤 북극점으로 향하던 비행물체를 격추, 11일에는 알래스카주 옆 캐나다의 유콘 준주 상공에서도 캐나다 공군과 함께 출동해 비행물체를 격추했다. 12일에는 미시간주 휴런 호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물체를 격추했다.
12일 격추에는 F-16 전투기가 동원됐고, 앞서 4일, 10일, 11일 격추에는 지구 상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F-22 전투기가 동원됐다. 하지만, 4건 모두 미 공군은 F-22와 F-16에 장착된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의 최초 격추가 있은 뒤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싸구려 풍선을 떨어뜨리는데, 47만 달러(약 6억원)짜리 미사일을 쐈다"고 미국을 조롱하고 나섰다.
이들은 "미국이 공황 상태에 빠져, 상황 조사하는 데에만 F-22 전투기 2대, F-15 2대를 보냈다"며 "중국의 기후관측 풍선 하나를 떨어뜨리려고 2억1600만 달러짜리 전투기(F-22)에서 47만 달러짜리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를 발사했다"고 비아냥거렸다.
미국은 지난 4일 미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2대는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기 위해 AIM-9X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쐈다. AIM-9X의 가격은 한 발에 47만 달러(약 6억원)가 넘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 비행물체를 떨어뜨리기 위해 값싼 기관포 대신 47만달러짜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를 '비행물체의 고도(高度)' 때문으로 보고 있다. 4일 격추된 풍선은 6만5000 피트 상공(19.8㎞)을 날고 있었다. 10일 알래스카 상공에서 격추된 비행물체는 4만 피트(12.2㎞), 캐나다 유콘 준주에서 격추된 것도 4만 피트 이상이었다.
반면에 F-22 전투기를 제작한 록히드 마틴은 이 전투기의 최대 상승 고도를 10마일(16㎞)로 밝혔다. 4일 격추 당시에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대서양에서 5만8000피트(17.7㎞)까지 내려왔지만, F-22는 여기까지 오를 수 없다. F-22는 20㎜ 구경의 M61A2 벌컨포를 장착하고 있다. 이 벌컨포의 유효사거리는 600m. 단순 계산해도, 여전히 1.1㎞ 못 미친다.
따라서 일부에선 F-22로서도 종류에 따라 38만~40만 달러하는 사이드와인더 AIM-9X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12일의 미시건주 휴런 상공에서 발견된 비행물체는 불과 6㎞ 상공을 날고 있었다. 미국은 5만 피트(15.4㎞)까지 상승할 수 있는 F-16 전투기가 출격해 격추했지만, 이 때에도 기관포를 쏘지 않고 같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와 관련, BBC 방송은 지난 1998년 캐나다가 올린 과학용 풍선이 고장 났을 때에 캐나다 공군의 전투기의 격추 과정을 소개했다. 1998년 8월말 캐나다우주국(CSA)과 환경부, 미국 덴버대가 오존층 파괴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서스캐처원주에서 올린 헬륨 가스 풍선은 2,3일 공중에 머물다가 내려올 예정이었지만 오작동을 일으켜 대서양을 건너갔다.
이 풍선의 크기는 25층 규모였다고 한다. 땅에 펼쳐 놓으면, 풋볼 경기장 5개를 덮을 수 있는 면적의 풍선이었다. 4일 격추된 중국 스파이 풍선도 엇비슷한 크기로, 길이가 200 피트(약 60m)였다.
당시 10㎞ 상공까지 오를 수 있는 캐나다 공군의 CF-18 전투기가 20㎜ 구경의 기관포 1000발을 쐈지만, 풍선에 충격을 주기에는 약했다. 이 풍선은 미국과 영국 공군이 계속 추적하는 가운데, 9일이 지나서야 핀란드의 머리어함 섬에 내려앉았다.
당시 이 과학 풍선을 제작했던 캐나다인 엔지니어 데일 소머펠트는 BBC 방송에 "그때 세 나라 공군이 이를 격추하려고 했지만, 이 기구에서 가스를 빼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기관포탄이 풍선에 맞았겠지만, 풍선의 크기에 비해서 그런 작은 구멍들로는 풍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으로 미국은 미사일을 고른 것으로 보인다. 청찰 풍선은 발열하는 곳이 없거나 적어 열추적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맞히기가 어렵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AIM-9X는 주변 대기와 온도 차이가 있는 물체를 추적하는 기능이 있다. 이 때문에 미 공군이 격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