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민간기업 보수체계까지 간섭"… 정부와 갈등 커지나

      2023.02.14 18:38   수정 : 2023.02.14 18:38기사원문
성과급을 포함한 은행의 보수체계가 수술대에 오른다. 수억원대 성과급에 대해 정부와 여론의 '이자장사' '돈잔치'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이런 보수 산정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당국이 모범규준을 만들어 금융사 보수체계를 감독하는 일은 법·제도적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데 은행들은 입을 모은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출이자도 크게 내린 데다가 사회공헌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보수체계에마저 당국이 관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사 성과급 개입, 과거 사례 보니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금융당국이 금융사 성과보수 체계를 손보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민간 회사이지만 이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모범규준을 금융당국 차원에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퇴직금·성과급 산정 체계가 합리적으로 마련돼 있는지를 당국에서 들여다보는 게 불법은 아니다"라며 "각사별로 산정체계가 있지만 이를 한데 모아 가이드라인을 짜는 건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21년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업계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보험사 단기 실적주의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보험사 임원·경영진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수익에 치중돼 있어 불완전판매, 단기·고위험 추구 자산운용 등 문제를 야기한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하지만 해당 TF는 발족 1년6개월여 만에 성과 없이 종료됐다. 금융연구원에서는 "성과보수 비중으로만 본 일반은행의 임원 보수는 지나친 단기 실적주의나 성과주의를 야기한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다만 해외 선진은행 대비 임원의 성과보수 이연 비중이 작으며, 이연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보수가 주로 현금으로 지급돼서 임원의 주식보유 지침은 공시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현재의 임원 보수 관행이 단기 실적주의를 야기할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결론 지었다.

당국 관계자는 검토 결과 경영진 성과나 보수체계 손질만으로는 단기 실적주의를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이를 장기과제로 돌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권 공감대를 얻어 실질적으로 해낼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은행업계와 갈등은 불 보듯

지금 은행권 표정도 비슷하다. 이익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민간회사 보수체계를 손보고 사회에 환원하는 비율을 늘리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이 요구하는 사회환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잘못하면 배임이 될 수 있다"면서 "국내 주주까지는 이해하더라도 해외 주주가 이를 이해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은행권은 그간 금융당국 요구에 맞춰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고 여러 정책금융 사업에도 동참해 왔다.
은행연합회 '사회공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 2019년 1조1359억원, 2020년 1조929억원, 2021년 1조617억원 등 매년 1조원 넘는 금액을 사회공헌활동에 투자했다. 또 올해 들어서는 대출금리도 주택담보대출 기준 3%대까지 낮추고, 대손충당금 확충 외에도 금융당국이 대손준비금 확충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특별 대손준비금' 제도 도입도 올 상반기 예고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얘기는 계속 나왔다"면서도 "다만 퇴직금, 상여금은 노사 협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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