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로 1조 넘는 성과급 잔치..정부, 은행 보수체계 등 다 들여다본다
2023.02.15 07:33
수정 : 2023.02.15 07: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은행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이자 장사', '돈 잔치'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5대 은행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급만 모두 1조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명당 많게는 수억원, 적게는 수천만원에 이른다.
금융 당국은 이런 보수 산정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은행의 지배구조 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는 은행 임직원의 전체, 평균 성과급 규모가 잇따라 공개되며 '돈 잔치' 논란의 불씨를 이어갔다.
금융감독원이 정무위원회 황운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모두 1조3823억원으로 파악됐다. 전년도 2021년 성과급 총액(1조19억원)보다 약 35%나 늘었다.
개별은행 임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을 따져보면, KB국민은행이 2억1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은행(1억6300만원), 신한은행(1억7200만원), 우리은행(1억400만원), NH농협은행(4800만원) 순이었다.
직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의 경우 NH농협은행(3900만원)이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1300만원)·신한은행(1300만원)·KB국민은행(1100만원)·우리은행(1000만원)도 모두 평균 성과급이 1000만원을 넘었다.
금감원이 양정숙 의원(무소속)에게 낸 자료에서는 2021년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이 1조709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지난 5년간 줄곧 1조원을 넘어섰고, 2022년 성과급은 2021년 당시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더 늘었다. 지난해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도 전년보다 각 139%, 105%, 78% 많은 258억원, 138억원, 34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성과급뿐 아니라 주요 은행들의 주주 배당도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양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배당(현금·주식배당) 합계는 7조2412억원으로, 2020년(5조6707억원)보다 28%나 많았다.
은행이 성과급과 배당을 지나치게 늘리는 데 대한 여론의 비난은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최근에는 정부가 공개 석상에서 끊임없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목적으로 실제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내부 임원 회의에서 "고금리와 경기둔화 등으로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 등을 지급하면서도 국민과 함께 상생하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공익적 금융) 지원 내역을 면밀히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이 이뤄지는지 점검해 적극적으로 감독하라"고 주문하며 "성과보수 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원칙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하겠다"고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0개 은행에 대한 결산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결산 검사는 매년 초 주요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들여다보는 정기적 성격의 검사인데, 특히 이번 결산 검사에서는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과 대출채권의 자산 건전성 분류 적절성 등을 예년보다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금리, 급여체계, 인사 등 금융의 모든 본질적 요소에 개입해 좌지우지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예금·대출 금리 조정에 간섭하면, 예금 금리와 시장금리, 대출 금리가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금리 체계가 망가져 오히려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며 "더구나 사기업 은행에 공익 지출만 강조하는 것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최후의 완충장치로서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은행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