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로만 잘 살기 어렵다" 삼성전자 김기남 회장의 충고
2023.02.15 16:37
수정 : 2023.02.15 1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김기남 SAIT(옛 종합기술원) 회장과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이 기술 패권 경쟁 시대의 최우선 과제로 우수인력 양성을 꼽았다. 첨단기술 경쟁력을 판가름할 글로벌 기술인재 확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만큼 정부·학계·산업계가 '원 팀'이 돼 경쟁국에 버금가는 수준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림대 도헌학술원 주최로 열린 'AI시대, 한국의 디지털·반도체 산업과 대학교육' 학술 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김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최첨단 기술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를 통해서 갖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더 이상 한국이 메모리반도체 만으로는 잘 살기 어렵다. 민간에서 2030년까지 510조원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소재·부품·장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등을 활성화해 제2의 먹거리가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연구개발(R&D)에 필요한 기술 확보, 인력 양성, 건실한 생태계 구축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제품, 국가는 인프라·생태계에 투자하면 학계는 우수한 양질의 인력을 배출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삼성전자도)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드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잘 안 된다"면서 "민간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어도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력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저력과 합쳐져 앞으로도 기술 혁신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30년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5%포인트만 올라가 25% 정도가 된다면 수출액은 현재의 두 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 부회장도 저출산 위기에 빗대 반도체 인력 양성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주문했다.
박 부회장은 "반도체는 인재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오는 2031년 학·석·박사 기준 총 5만4000명 수준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기업에 인재가 안 오는 지역적 저항선이 있는데 전국 지역 거점 대학에 반도체 특성화 성격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