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넘어선 신재생에너지 비중, 늘려도 줄여도 '고민'
2023.02.16 05:00
수정 : 2023.02.16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히지만 국토의 80%가 산으로 이뤄진 설치 입지와 전력계통 안정화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 하지만,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난제라는 지적이다.
해결 어려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는 약 28GW다.
이미 태양광 발전이 최대인 봄철 낮 시간 우리가 쓰는 전력의 약 30%가 태양광 전원에서 생산된 전력이다. 직접 수치로 나타나는 전력공급 비중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특징인 지역 내 분산 효과로 인해 일부 지역의 경우 지역 내 송전선로 이용률이 감소돼 전력망 투자 필요성이 줄어드는 부수 효과도 발생한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간헐성'이라는 약점이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해도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높은 설비율에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7.5%에 불과한 것이 증명한다.
그러나 태양광이 밀집된 지역에서 저전압, 저주파수 시 운전 유지 기능이 없다면 전력 설비 고장 시 저전압으로 인해 많은 태양광 발전이 정지하게 된다. 정지되는 태양광이 전력계통 수용 한계를 넘어설 경우 전국으로 계통 불안정이 확대될 수 있다.
전력계통을 안정화시키는 수단으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꼽힌다. ESS는 남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거나 수소 생산, 열 저장, 양수 발전과 같은 방법으로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ESS를 설치하거나 수소를 만들어 저장 또는 이동 시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들고, 양수 발전은 설치에 한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공청회 당시 산업부는 ESS 설치를 위해 2036년까지 45조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방식의 ESS 수명이 10여년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화재 안전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 등을 더하면 ESS 설치가 100% 해답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통한 NDC달성 고민
신재생에너지를 간헐성 문제로 포기하기도 어렵다. 국제사회와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무탄소 전원'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21년 9차 전기본 확정 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면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30.2%로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산업부가 발표한 10차 전력기본계획은 설정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8년 6.2%에서 2030년 21.6%, 2036년 30.6%다. NDC 상향 목표치에 비해 축소가 된 것은 맞지만, 지난 9차 전기본 계획과 비교하면 비중이 확대된 애매한 수치다.
이어 환경부도 오는 3월까지 관련한 온실가스 감축 이행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감축 목표치를 어느 정도로 할 지 고민 중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부의 10차 전기본에서 잡은 목표가 태양광·풍력 등 설비 구축 여건이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고려해, 보다 현실적이고 도전적인 수치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10차 전기본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의 궁극적인 목적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지,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것 자체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태양광만 봐도 노는 땅에는 이미 다 설치가 돼있는데, 결국 설치 확대를 위해서는 농지를 전용하거나 산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농지는 농지대로 식량안보상 문제에 직면하고, 산의 경우 산림훼손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문제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른 수단의 차이에 따른 것이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NDC 위배와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