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서울 4채 중 1채만 내진설계

      2023.02.17 05:00   수정 : 2023.02.17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규모 7 이상의 대규모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쳐 사상 초유의 수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규모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역시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지난 2017년 규모 5 이상의 포항 지진 이후 내진 설계 범위를 확대했지만 기존 건축물 대다수가 여전히 내진설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등 지진에 매우 취약한 상황으로, 유사시 대규모 인명 사상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0 이상 지진 77회…10% 늘어

17일 기상청이 최근 발간한 '2022 지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77회로 전년(70회) 대비 10% 증가했다. 디지털 지진계로 규모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래 2021년까지 발생한 평균치(70.6회)도 넘는 수치다.


지난해 충북 지역에 관측 이래 최초로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국내 어느 곳에서나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기상청은 경고했다. 지난해 10월29일 충북 괴산군에서 발생한 4.1 규모 지진은 지난해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관측 이래로는 38번째로 큰 규모다. 기상청은 "(괴산지진은) 국내 어느 곳에나 항상 지진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5.4 규모의 포항 지진 이후 모든 주택과 연면적 200㎡ 또는 2층 이상 건물에 내진 설계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문제는 법 시행일 이전에 지어진 기존 건축물들에는 소급 적용이 되지 않고 재개발이나 재건축 역시 관련 규정 적용의 문턱이 높아진 탓에 실제 적용 건물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의회 송도호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장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서울시내 내진 설계 대상인 2층 또는 200㎡ 이상 모든 주택 총 48만6828동 가운데 내진 설계가 이뤄진 건물은 단 23.8%(11만5824동)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에서 많은 공동주택을 비롯해 주요 건물들이 말그대로 폭삭 무너져 피해가 컸던 것도 이 같은 내진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외신에 의하면 튀르키예 정부는 지난 2004년 신축 건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지만 대부분의 오래된 건물은 사각지대에 속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번 참사의 규모가 커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정부가 지진 참사 이후 부실 시공 건축관련 사람들을 대거 체포한 것도 적정 내진설계를 지키지 않고 공사비 절감 등의 이유로 철근이나 시멘트 등을 관련 적정 규정에 맞게 시공하지 않은 점 때문으로 전해졌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의 화산학자인 카르멘 솔라나 교수는 외신 인터뷰에서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에는 내진 건물이 극히 드물다"며 "피해지역 건물들의 내진설계 여부가 (인명희생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 공공시설물 내진설계 긴급점검 나서

튀르키예 강진을 계기로 국내 지진 대비 시스템 정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부 등은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 설계 실태 긴급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진행했던 공공시설물 내진 보강 사업을 점검하는 한편 필요할 시 적정한 내진 설계를 보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토부 등 관계부처에 민간건축물의 내진성능평가 의무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행 시설물안전법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학교시설, 물류시설 등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재난 피해 가능성이 큰 시설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일부 시설에 대해 내진 설계 기준을 갖출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또 일정 규모 이상의 큰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지진경보체계를 통해 그 사실을 즉각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진관측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제대로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계류 중인 상태다.


이에 따라 전면적인 내진설계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미흡한 시설 등에 대해선 정부와 지자체, 민간 건설업체 등이 합심해 즉각적인 보완에 나서는 한편 철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시켜야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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