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투수 부족” 두산 이승엽 감독의 고민, 이병헌‧황준서로 일거에 해결할까

      2023.02.16 18:53   수정 : 2023.02.16 19: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구=전상일 기자] “우완에 비해 좌완 투수가 부족하다. 좌완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겠다”

이승엽 감독(47)이 시드니로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했던 말이다. 물론, 노장 장원준(38)이 예전만 못하고, 함덕주(28)가 떠나는 등 두산의 좌완 뎁스가 얇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현재 두산에는 리그 정상급 좌완 투수 자원이 영글고 있다.



가장 첫 번째는 이병헌(20)이다.
MCL 수술로 1년을 날리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1차지명한 유망주다. 연습경기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내려가 그 이후 1년 이상의 공백이 있었다. 영동중 시절부터 두산 윤혁 부장이 눈여겨보고 있었던 선수이기도 하다.

이병헌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볼. 높은 타점은 아니지만, 빠른 팔 스윙을 바탕으로 옆에서 뿜어져나오는 날카로운 패스트볼을 던진다. 프로에서 좌타자들에게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그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2학년 봉황대기 당시에는 서울고를 봉황대기 결승으로 이끄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병헌이 있을 당시가 서울고의 전국대회 마지막 전국대회 결승진출이다. 당시 최고 148km/h의 직구에 수준급 슬라이더를 선보였다.



2학년 까지는 현재 황준서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떤 선수가 이병헌이다. 여기에 그는 인성도 좋기로 소문났다. 서울고 관계자는 “서울고를 나온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자유분방하다. 안재석이 MZ세대의 톡톡튀는 매력이 있다면, 이병헌은 순둥이과 선수다. 성격도 진지해 이승엽 감독에게 예쁨을 받을 것 같은 선수”라고 귀띔했다.

잠실에서 만난 모 두산 관계자는 “충분히 시즌 초반부터 중간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단기적으로는 불펜,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육성한다는 것이 두산의 이병헌 활용 전략이다.


시드니 캠프에서도 칭찬 일색이다. 레전드 구대성은 “제구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겠다”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미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만약, 최승용(22)이 5선발로 자리를 잡으면 이병헌의 활용빈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두산이 염두에 두고 있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장충고 3학년 황준서(18, 장충고 3학년)다. 현장에서 좌완 투수 부족을 이야기했다. 당연히 두산 스카우트 팀은 좌완투수를 최우선으로 이번 전면드래프트를 바라보고 있다. 고교야구에도 좌완은 여전히 부족하다. 전체 2번 지명권을 쥐고 있는 두산은 장현석(마산용마고 3학년), 황준서, 손현기, 김휘건(휘문고 3학년)가 집중 관찰 대상이다. 현재로서는 장현석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않는 한 황준서 지명 가능성이 가장 크다.


황준서는 제구력이 좋고, 체형도 좋다. 무엇보다 볼 끝이 타자 앞에서 쭉 뻗어나오는 느낌을 보여준다. 여기에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 능력도 수준급이다. 황준서의 공을 받았던 김동헌(19, 키움)이 “2학년 기준으로만 보면 영철이보다 낫다”라고 인정할 정도다. 지방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고교 최고 좌완이다. 물론, 손현기도 좋다. 하지만 아직 들쑥날쑥 하다. 황준서는 중간계투라도 프로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유형의 선수라는 차이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장현석이 미국 진출하게 되면 두산도 손현기(전주고 3학년)에 관심 가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이미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지난 대구리그에서 두산 베어스 윤혁 팀장 등은 손현기의 등판 경기를 꼼꼼하게 지켜봤다. 특히, 유신고전 3이닝 7K 경기도 모두 지켜보며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 아직 손현기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이다. 전보다 제구가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제구를 잡는데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구속은 황준서보다 빠르지만, 안정성에서는 황준서와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평가다.


두산 베어스는 작년 9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상위권 후보로 꼽힌다. 양의지를 영입한데다 탄탄한 선수진이 구성되어있어 2년 연속 9위를 차지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않는다. 많은 두산 관계자들 또한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라며 전면드래프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병헌이 당장 4월에 다가올 현재라면 황준서는 내년 시즌 이후 다가올 수도 있는 불확실한 미래다.
이병헌이 올 시즌 1군에 정착할 수 있을지, 황준서를 지명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충분히 해볼만한 프로젝트다.


두산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원대한 좌완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까. 만약, 성공할 수 있다면 두산 베어스의 좌완 고민은 일거에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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