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청구된 이재명 대표, 사법 절차 떳떳이 따라야

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구속하고 이 대표를 세 차례 불러 조사한 끝에 검찰은 대장동·위례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이 대표의 혐의를 확정했다.

수사 착수 500여일 만이다.

검찰에 따르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이 대표의 배임액수는 4895억원에 이르고 민간사업자들이 취한 이익은 7886억원이다.

쉽게 말하면 시장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 시와 시민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투기꾼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도록 해주었다는 뜻이다. 성남FC 후원금 133억5000만원은 뇌물로 규정했다. 검찰의 수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대표의 혐의는 실로 막중하다. 성남시민들의 몫이 되었을 천문학적 금전이 김만배 등 개인과 측근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정치보복이라는 말로 여론을 호도하며 자신의 혐의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치보복이란 죄를 만들어 내거나 부풀리는 경우에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일반 시민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돈이 민간사업자들과 측근들에게 흘러들어간 사실은 명명백백하게 드러나 있다. 시장의 권한을 이용한 이 대표의 배임이 아니었으면 시의 발전과 시민 복지를 위해 쓸 수 있었을 돈이다. 보복이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의 위법행위가 아니다.

민주당도 '김건희 특검' 등 방탄용 정치공세를 퍼부으며 이 대표 수사에 반발해 왔다. 검찰 수사가 보복이고 조작이라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재판에서 따지면 될 일이다. 지지층을 앞세워 장외투쟁까지 벌이며 검찰권에 대항하는 것은 정치 지도자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자신이 죄가 없다면 민간사업자들이 투자금의 수백배가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대체 누구 책임이란 말인가.

민주당 의원들은 양심을 걸고 동의에 표를 던져야 한다. 정의당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자는 것이 당론"이라며 체포에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당과 정의당 등의 표를 다 합치더라도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불체포특권은 행정부의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입법부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이지 비리 정치인까지 보호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지난해 말 명백한 증거가 있는 같은 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영장이 청구되자 '만행'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하며 부결을 예고했다.

동의안이 부결된다면 일부 '묻지마' 지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민주당과 이 대표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