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타고… K패션, 파리 런웨이 달구다
2023.02.17 04:00
수정 : 2023.02.17 04:00기사원문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비영어권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한 '더글로리', 에미상 수상작 '오징어 게임' 등 한국콘텐츠의 위상은 한국패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K팝·K콘텐츠가 이끈 한류를 K패션이 이어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2023 FW 파리패션위크'에 패션업계 관계자는 물론 전세계 유명 백화점 소속 유통 바이어들이 모였다. 다음 시즌 출시 예정 신제품을 소개하고 미리 판매하는 '프리미엄 패션 마켓'에서 한섬의 시스템, 송지오, 우영미 등이 발표한 컬렉션 모두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파리패션위크에 참여한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송지오쇼를 예로 들면서 연출, 영상, 스태프, 모델, 제작 등 전반적인 사항에서 디올이나 프라다 등 해외 명품과 견줘 손색없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이번 파리패션위크에 시스템과 시스템옴므 브랜드로 참여했다. 한섬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파리 패션의 중심지로 꼽히는 마레 지구 프랑 부르주아 소재 복합예술문화 공간 '3537'에서 시스템·시스템옴므 단독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다. 한섬 관계자는 "9회 연속 참가해온 파리패션위크에 역대 가장 많은 직원을 파견했는도 매일 10시간 이상 20여개국 패션업계 관계자 및 바이어와 상담을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2019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문화콘텐츠와 접목한 한섬의 독특한 프레젠테이션에 전세계 패션 관계자가 호응했다. 올해 한섬은 영국의 포토그래퍼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의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의 강'에서 영감을 받아 빛과 조명, 그림자를 활용한 런웨이를 선보였다. 브랜드 론칭 32주년을 기념해 '브랜드 유산의 재조명'라는 주제로 선보인 신제품 40종에는 모던하고 절제된 시스템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담았다.
한섬은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시스템옴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해외 진출을 위해 패션 동향과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특히 파리 패션의 중심부인 마레 지구에 지난 2014년 편집매장 '톰 그레이하운드 파리'을 내고 현지 바이어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20년에는 시스템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해 해외 수출용 제품 개발을 전담하는 '글로벌 크레이티브 디렉터(GCD)' 제도를 도입했다. GCD는 글로벌 전용 컬렉션인 '시스템 스튜디오'를 별도로 선보이고 있다. 한섬은 향후 시스템·시스템옴므를 통해 다진 해외에서의 입지를 기반으로 다른 브랜드의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송지오인터내셔널은 '2023 FW 파리패션위크'에서 어린 검투사의 초상을 연상해 디자인한 '리플렉션' 컬렉션을 선보였다. 100% 수작업을 통해 제작한 이번 컬렉션은 지상 9층 규모의 쇼장에서 공개됐다. 외신은 '모든 생각이 옳은 컬렉션'이라고 극찬했다. 한국 브랜드로는 이례적인 대규모 쇼가 평단의 호평을 끌어낸 것이다. 송지오가 복귀 한 시즌만에 프랑스의 대표 백화점으로 꼽히는 프렝땅에 입점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송지오는 송지오인터내셔널이 전개하는 브랜드로 2006년 파리패션위크에 첫 진출해 17년째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했다. 송지오는 엔데믹 국면을 맞아 파리 마레 지구에 단독 쇼룸을 운영하는 등 더 활발한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패션 브랜드 우영미는 이번 파리패션위크에서 '가장 한국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기원전 57년부터 935년까지 약 1000년간의 신라 왕족의 의복 문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디자이너 우영미는 한국 또는 한국문화에 대한 유럽 신세대들의 호기심을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우영미 2023 FW 컬렉션의 특징은 신라 왕족의 화려한 장식 보석의 모양을 유지하되 그 핵심 형태만 남겼다는 점이다.
우영미는 2030세대의 신(新)명품으로 꼽히는 브랜드다. 손흥민, BTS, 송민호 등 이른바 '남친룩'의 대명사가 됐다. 우영미가 전개하는 쏠리드는 프랑스 봉 마르셰 백화점에서 지난 2020년 남성관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발렌시아가, 구찌 등 명품 브랜드와 현지 경쟁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 최초의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자격을 획득한 우영미는 지난해 11월 서울 광진구에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하우스 '하우스 우영미'를 열었다.
한국 패션에 대한 현지의 호응은 매출로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4대 패션쇼가 열리는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4개국 대상 의류 수출액은 2020년 2억2985만달러, 2021년 3억7만달러, 지난해 3억4562만달러를 기록했다.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섬유패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174억원을 지원한다고 공고했다. 글로벌 브랜드 육성과 기반 조성 51억원, 프리미엄 소재 개발·마케팅 지원에 54억4000만원을 지원한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