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과잉규제에 발목…"이커머스와 경쟁 못해 불합리"

      2023.02.16 18:52   수정 : 2023.02.16 18:52기사원문
유통산업발전법이 퇴색되고 있다. 특히 관련 법안이 누더기가 되면서 당초 도입 목적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분위기다. 현 상태에 대해 업계에서는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누더기 법안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대형마트의 동네슈퍼와 전통시장의 상권을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전면 개정됐지만 이익을 본 쪽은 한 곳도 없다. 오히려 피해자만 양산하는 꼴이 됐다.
코로나19로 유통산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변화했지만 법안은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몰·복합쇼핑몰은 비켜가는 법망

유통산업발전법이 대구시의 마트 의무휴무일 평일 전환을 계기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1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만 18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됐다. 지난 대선을 계기로 유통소매업의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형마트가 과잉규제의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련 내용을 개정하려는 입법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 매장이 온라인 배송판매를 하는 경우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 의원은 "온라인 유통 등 새로운 형태의 소매업이 급성장해 유통산업의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점포 등에 규제가 불합리하게 존속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특성을 고려한 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의원은 대규모점포 등의 의무휴업과 등록 제한, 영업장소 제한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적합하도록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통상업보존구역에 대규모점포 등을 개설 시 적용되는 일괄 규제가 오히려 지역경제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닌 다른 유통기업의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개정안도 계류됐다. 이동주 의원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 같은 대규모 점포도 입지 및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화점, 면세점도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포함하고, 명절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의 경쟁자는 소상공인이 아니라 이커머스라는 게 자명한 상황"이라며 "고물가로 인한 소비침체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정부·지자체의 규제 완화 시도

지난해 12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이 참여한 '대·중소유통상생협의회'는 대형마트 새벽시간·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을 담은 상생안을 발표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새벽 배송을 하려면 야간 물류 작업이 필요한데 현행법은 자정 이후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의 문제가 아닌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 사이의 문제를 유통산업발전법이 가로막고 있는 대표적인 항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여야 의원 상당수가 해당 규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조직 개편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간의 분쟁조정 기간을 단축해 소상공인, 납품업체 등 '을(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번 개편으로 분리된 조사부서는 사건처리의 전문성과 속도를 높인다.
공정위는 장기·시효임박 사건은 단계별 특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처리기간 준수를 부서장 평가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당사자 간 분쟁 성격이 강해 처벌보다 빠른 피해구제가 필요할 경우 '패스트 트랙' 제도도 도입한다.


김형배 공정거래조정원장은 "피해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분쟁조정제도 정비와 서비스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며 "현재 추진 중인 분쟁조정통합법 제정과 상임위원 도입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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