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경련, 정치인 출신이 위상 재정립 해낼까
2023.02.19 19:51
수정 : 2023.02.19 19:53기사원문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 직무대행에 정치권 인사가 내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경련은 그동안 재계 유력 인사들의 잇단 회장직 고사에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차기 회장감 물색에 나섰다. 추천위는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전경련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직무대행으로 내정했다.
김 회장 직무대행 내정 소식에 재계는 술렁이고 있다. 비록 직무대행이지만 재계 맏형 역할을 해온 전경련 수장에 거물급 정치인 출신이 내정된 것을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간 정치권의 로비창구 역할과 관치 논란 탓에 현재의 위상 추락을 겪었는데 정치인 출신에게 전경련의 운명을 또 맡겨도 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더구나 전경련의 차기 회장 선임과 대대적 조직쇄신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전경련을 탈퇴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복귀를 김 권한대행이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비관론이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복귀를 성사시키면 정치적 외압에 못 이겨 돌아왔다는 뒷이야기가 나올 게 뻔하다. 복귀하더라도 형식적인 회원사 채우기에 그칠 뿐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후원금 모금 사실이 드러나 전경련을 떠난 4대 그룹을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의 좌장 격인 김 내정자가 풀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
결국 김 내정자가 앞으로 6개월 동안 대대적 조직쇄신을 통해 전경련의 위상 재정립을 이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경련은 정기총회에서 뉴 웨이 구상안을 발표하는데 공교롭게 같은 날 김 내정자 선임건이 상정된 것이다. 일정만 보면 새 내정자가 당일 발표된 안을 앵무새처럼 읊을지, 새 판으로 갈아엎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전경련이 거듭나려면 김 내정자가 젊은 회장단 참여, 정보통신 등 새로운 업종의 회원사 가입과 과감한 조직통합 같은 파괴적 혁신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업계의 현안을 끄집어내 이슈화하는 기업가 본능도 김 내정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