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개혁은 더 지체할 수 없는 시대의 요구다
2023.02.21 18:20
수정 : 2023.02.21 18:20기사원문
한편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됐다. 야당 주도의 단독처리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장을 맡고 있어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통한 강행 처리가 유력하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노동자 권리 보호라는 명분 아래 강성노조의 기득권만 강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무분별한 노사분규로 국민 분열과 외국인 투자 이탈을 낳는 '파업만능 봉투법'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노란봉투법이 노동개혁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노동개혁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오히려 끝장을 낼 환경이 조성됐다고 봐야 한다. 정권마다 노동개혁 이슈를 띄워놓고도 이념갈등과 선거 표밭 관리라는 정치공학에 휘둘려 물거품이 되곤 했다. 급속한 산업 발전과 더딘 민주화라는 역사의 굴곡 속에서 우리나라 양대 노조는 정치세력화의 명분을 쌓아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 대한 시대정신은 바뀌고 있다. 강성노조 내부의 폐단, 대기업 귀족노조의 일방 독주 그리고 노조원 이익보다 정치적 담론을 앞세우는 정치노조라는 얼룩만 남았다. MZ노조의 출범은 강성노조의 관행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이 낳은 산물이다. 여야 모두 주요 표밭으로 여기는 젊은 유권자들이 강성노조 폐단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명분은 상수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노동개혁에 노동자 권익을 침해하는 반노동정책이 반영된다면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그러나 시대에 맞춰 노동시장 패러다임은 360도 바꿔야 한다. 현시대가 요구하는 노동·노조개혁의 키워드는 명확하다. 바로 양대 노총의 기득권 혁파다. 이는 노조의 투명성 확보와 정치세력화 배제로 요약된다.
노동이슈처럼 표심에 좌우되는 개혁은 집권 초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내년 총선일정에 다가갈수록 노동개혁의 힘도 정치권 이해관계에 휘말려 무력화될 게 뻔하다. 노동개혁의 성과가 무너지면 연금과 교육 이슈도 밀릴 수 있다. 불을 댕긴 직후의 어설픈 봉합은 강성노조의 고착화만 낳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