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거래가 사상 첫 t당 100유로 돌파

      2023.02.22 06:04   수정 : 2023.02.22 10: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사상처음으로 t당 100유로(약 13만8700원)를 돌파했다. EU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가 배출권 가격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이하 현지시간) EU 배출권거래시스템(EU ETS)에서 거래되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이날 전일비 2% 상승해 t당 101유로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역대 최고가다.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100유로 장벽을 뚫으면서 추가 상승 예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권 가격이 치솟은 끝에 100유로를 돌파함에 따라 기업들 역시 탄소배출과 관련한 인식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돈 되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방안 마련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심각한 비용부담이 되는 한편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이를 비싼 값에 내다팔 수 있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공정을 채택하는 상대적인 비용 부담도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아직은 비싼 탄소포집·저장 기술 비용이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기술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EU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3년 사이 무려 5배 폭등했다.

최근 수주일 동안에는 EU가 탄소배출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고, 결국 이날 100유로 저항선마저 뚫었다.

헤지펀드 앤듀런드캐피털매니지먼트의 기후 연구 책임자 마크 루이스는 EU가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결국 더 높은 탄소배출권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가격 상한선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합의돼 현재 각국의 비준절차를 밟고 있는 EU의 새 환경규정은 2039년까지 EU의 탄소중립, 이른바 '넷제로' 도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루이스는 이는 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의 구조적인 강세장을 담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EU내 가스·석탄 화력발전소, 제조업체들은 의무적으로 탄소배출권을 일정 규모 이상 사야 한다. 탄소배출권 1개를 사면 탄소 1t을 배출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큰 움직임이 없던 EU 탄소배출권 시장은 새 환경규정과 각국의 사회적 압박 속에 덩치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줄이면서 시작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석탄 사용이 급증했고, 이에따라 탄소배출권 거래 역시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늘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저항선 100유로가 뚫림에 따라 탄소포집, 수소를 비롯한 클린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오염배출이 심한 산업체들은 비용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사들이느라 정작 오염배출을 낮출 수 있는 설비 투자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제지산업연맹(CEPI) 사무총장 조리 링맨은 탄소배출권 폭등이 상당수 업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EU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철강협회(ESA)도 탄소배출권 가격 고공행진은 EU 경제 불확실성과 취약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2020년 한 연구에 따르면 EU ETS 덕에 2008~2016년 유럽 탄소배출이 4% 줄었다.


그러나 감소는 대부분 발전소들이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갈아탄 데 따른 것으로 시멘트, 철강 등 탄소배출 감축이 어려운 분야에서는 여전히 탄소배출 감축이 비싸고 배출 감축 기술 수준도 초기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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