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 감독 "복싱 직접 배우며 연출…박시헌 마음 열기까지 설득" ①
2023.02.22 08:01
수정 : 2023.02.22 08:01기사원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재미와 감동을 다잡았다는 말이 꼭 어울리는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다. 22일 개봉한 '카운트'(감독 권혁재)는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 분)이 오합지졸 '핵아싸'(아웃사이더) 제자들을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영화 '엑시트'(942만명)와 '너의 결혼식'(282만명)의 제작진이 참여했다. '범죄도시'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까지 흥행 배우로 활약해온 배우 진선규의 첫 원톱 주연작이기도 하다.
'카운트'는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라이트미들급 금메달리스트인 복싱선수 박시헌의 일화를 모티브로 한다. 당시 박시헌은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를 판정승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얻어냈으나, 편파 판정 논란이 불거지며 시상이 끝나자마자 은퇴를 했다. 이후 박시헌은 모교인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 교사로 부임해 복싱팀을 창단하고 제자들을 육성해왔다. IOC에서는 지난 1997년 최종적으로 정당한 판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박시헌은 일찍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안타까운 금메달리스트로 기억에 남았다.
권혁재 감독은 편파 판정 논란으로 비운의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시헌의 일화를 접하며 위안을 느껴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아라한 장풍대작전' '짝패' 등 류승완 감독과 연출부를 해오다 연출을 맡았던 '해결사'(2010)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그는 영화를 위해 3~4년간 직접 복싱을 배우는 진정성을 보여주며 박시헌의 마음을 열었다.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이 결국 희망을 보여주는 '카운트'는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권혁재 감독과 오랜 무명 끝에 스타가 된 진선규의 열정과도 많이 닮아있는 작품이다. '카운트'를 완성하기까지, 권 감독의 작업 과정을 함께 돌이켜봤다.
-개봉 앞둔 소감은.
▶떨린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개봉을 기다려왔다. 3~4년동안 복싱을 공부하면서, 직접 배워보면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이다.
-영화 '해결사' 이후 약 1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기도 하다. 전작과는 다른 장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해결사'는 액션 영화였지만 '카운트'는 휴먼 드라마다. 박시헌 선생님의 이야기는 지난 2016년에 처음 접했고, 그때부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저 역시도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2~3편의 영화가 무산되다 보니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때가 제게도 움츠러들었던 시기였다. 그러다 이 이야기를 만났을 때 공감도 가고 위안이 되더라. 그래서 꽂혔던 것 같다.
-박시헌 감독의 실화를 몰랐던 것인가.
▶1988년 당시 저는 초등학생이었다. 어렴풋이 88 올림픽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 경기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는 잘 몰랐다. 이후 2016년에 처음 접했을 때 '이런 몰랐던 사실이 있었구나' 했다.
-제작사에서 박시헌 감독의 이야기를 접한 과정은 어땠나.
▶필름K의 김정민 대표님이 여러 작가들의 글을 보다가 이 이야기를 보여주셨다. 저 역시도 마음에 들어서 (영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카운트'의 프로듀서가 실제로 박시헌 선생님의 제자다. 그분을 통해 박시헌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자녀분들이 그때만 해도 나이가 어렸고, 선생님 스스로도 세상에 이 이야기가 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래서 제작진 입장에서 영화 준비에 더욱 공을 들여야 했다. 이후에는 자녀분들도 많이 성장을 했고, 브라질 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을 하고 계실 때 설득을 했다.
-당사자에겐 아픈 기억일 수 있는데, 어떤 계기로 영화화에 동의하고 마음을 열었던 것일까.
▶88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가 선생님의 마지막 경기였다. 그때 박시헌 선생님이 금메달을 따면서 우리나라가 종합 4위가 됐는데 그날 시상이 끝나고 바로 은퇴를 하셨다. 당시에는 편파 판정 이슈로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정도였다. 이후에 선생님께서 아마추어 복싱부를 만드셨고, 그 사이 인생 35년간 많은 부침을 겪으셔서 굳은 살이 배겼던 것 같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가 된다고 했을 때는 영화가 잘 만들어지거나 좋은 환경에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과 기대도 있으셨다더라. 선생님을 설득하기 위해 당시 태릉선수촌부터 전국체전 외 경기까지 다 쫓아다녔다. 그렇게 복싱계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선생님께서도 훨씬 더 마음의 문을 여시고 조언해주셨다.
-영화를 본 박시헌 감독과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
▶이 영화는 선생님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아내 분의 시선과 자녀분의 시선도 중요했다. 첫 공개 시사 자리에는 못 오셨다. 오시면 만감이 교차할 것 같으니까 못 오신 것 같다.
<【N인터뷰】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