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이명기‧오선진의 절실함이 필요했다 … 손혁 단장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2023.02.22 12:26   수정 : 2023.02.22 12: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대전 = 전상일 기자] 한화가 이번 겨울 시원하게 쐈다.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 이명기다.

사실상 외부 FA 4명을 영입한 결과가 되었다.

여기에 내부 FA인 장시환까지 눌러 앉혔다. 이들 4명에게 들인 돈만 무려 120억원이다. 여기에 한화가 양의지 영입전에 참전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손혁 단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제안을 건넸다”라며 이를 시인했다. 만약의 가정이지만, 양의지까지 잡았다면 그 금액은 250억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었을 것이다.





손 단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하나다. ‘경쟁 체제 구축’이다. 또 하나가 더 있다. ‘우산효과’와 ‘모범이 되어줄 수 있는 선배’를 만드는 것이다.

손 단장은 채은성을 영입했을 당시 기량보다 그의 리더십에 주목했다는 말을 가장 먼저 했다.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리더십이 좋다고 들었다. 실제로 만나보니 인품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다. 장시환에 대해 “아침밥을 거르지 않는 그의 습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라는 말을 했다. 이명기에 대해서는 절실함을 높게 봤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도 못하면 유니폼을 벗어야한다. 절실하게 야구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화에게는 그런 절실함이 기량보다 더욱 중요했다. 한화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최근 유망주들의 나태함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노시환이 성실하지 못한 훈련 자세호 팬들에게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그뿐 아니다. 최근 김서현은 SNS 파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글스 파크를 방문했을 당시 익명을 요구한 한화 이글스 관계자는 “기자님은 20대때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그 어떤 기업에서도 20살 선수들에게 회사를 이끌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린 선수들이 성숙하지 못했고, (김서현이) 잘못한 것도 무조건 맞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끌어줄 선배를 만들어줘야 한다. 애초에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한 이들들에게 성숙한 생각과 팀을 이끄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류현진이 있을 당시에도 한화에는 구대성·정민철 같은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한화 관계자는 “오선진도 마찬가지다. 그가 처음 삼성에 갔을 때 살을 빼고 악착같이 하는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있으면 한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선진·이명기가 절실한 마음을 갖고하면 후배들은 따라갈 수 밖에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루키 문현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정신력 때문이다. 단순 기량만 따지면 한화에는 문현빈보다 가능성이 뛰어난 유망주가 많다. 하지만 문현빈은 북일고에서도, 대표팀에서도, 한화에서도 코칭스테프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것은 그가 어린 선수 답지 않게 성공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성실하고 부상이 없는 강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그를 2라운드 1번으로 지명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신측인 측면을 배제하고 기량적인 측면을 봐도 마찬가지다. 노시환의 재능이 좋다는 것은 다 안다. 하지만 지금 노시환은 우산효과를 받으면서 커야할 시기지 자신이 우산이 될 시기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채은성·이명기 영입이 의미가 있다. 2·4번에 이들이 있는 것과 없는 차이를 생각해보라. 어린 선수들이 클 때까지 상대의 유탄을 맞아주고, 버텨줄 선배가 필요하다. 포지션 중복? 우리 팀에서 제일 쓸데 없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결국 한화는 당장의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더 긴 안목으로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최강 야구 감독을 맡고 있는 원로 야구인 김성근 감독의 조언과도 일치한다. “노장은 전 경기를 뛰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해야할 역할은 세대교체와 더불어서 분명히 있다. 세대교체를 한다고 노장을 내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말한다.



일부 팬들은 채은성 외에는 전력에 큰 쓸모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 단장의 노림수는 전력 상승에만 있지 않다. 가시적인 목표는 탈꼴찌. 숨은 목표는 문동주, 김서현, 남지민, 한승주, 김규연, 김기중 등 좋은 유망주들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여기에 장현석도 계산에 들어가 있다. 한화는 장현석·황준서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이들 4명의 FA WAR 합산으로 영입 성패를 따질 만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겠지만, 한화가 WBC 네덜란드 대표팀을 상대로 2연승을 내달렸다.
문동주는 156km/h를 기록하며 한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노시환은 홈런포를 작렬하며 기분좋은 손 맛을 봤다.
이번 시즌 성과를 떠나 손혁 단장의 방향성이 결코 틀리지 않은 이유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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